[책과 지식] 9·11 테러의 배후, 이슬람교일까 이슬람주의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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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슬람주의와 이슬람교
바삼 티비 지음
유지훈 옮김, 지와사랑
488쪽, 3만4000원

2010년 내내 미국 뉴욕에서는 모스크를 포함한 이슬람센터 건립을 놓고 거센 논란이 일었다. 그 장소가 9·11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WTC)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 인근이었기 때문이었다. 공화당의 보수파, 일부 기독교단체, 9.11테러 희생자들은 극렬히 저항했다. 이슬람 ‘종교’가 9·11테러 공격의 배후에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지도자들의 지지와 더불어 이슬람 문화센터 ‘파크 51’은 2011년 9월 문을 열었다.

 ‘파크 51’ 완공은 시리아 출신의 독일인 무슬림 바삼 티비(Bassam Tibi)가 추구하는 시각의 결정체다. 이슬람주의와 이슬람 종교를 분리해서 보자는 것이다. 티비는 정치적 성향의 이슬람주의를 비판하는 대표적인 진보주의 이슬람학자다. 40년에 걸친 그의 진보주의적 학문적 경험과 시각을 녹여 은퇴 직전 집필한 저작이 바로 『이슬람주의와 이슬람교』다.

 티비에 따르면 이슬람교는 비정치적인 무슬림의 생활양식과 세계관을 규정하는 문화적, 그리고 종교적 시스템이다. 반면 이슬람주의는 이슬람교를 순수한 종교로 보지 않고 정치적으로 해석하여 신정정치를 실현하는 것을 무슬림의 사명으로 여기는 정치적 이념이다.

 그는 “이슬람주의는 신앙이 아닌, 정치질서에 중점을 두면서도 단순한 정치가 아니라 ‘종교화한 정치(religionized politics)’라는 점에서 이슬람교가 아니다”라는 ‘위험한’ 주장을 펼친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도 그는 과격 이슬람단체들로부터 살해위협을 받으면서 살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슬람은 종교로서, 그리고 이슬람주의는 정치이념으로서 추구하는 목적이나 방법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티비가 역설하고 싶은 점이다. 이런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서양의 학자, 정치인 그리고 언론인들이 사실상 ‘문명의 충돌’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티비는 강조한다. 이런 저변의 인식 속에서 펼쳐지는 중동 및 이슬람세계에 대한 서방의 정책과 개입은 이슬람주의자들의 활동영역을 넓혀주는 역효과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티비는 17억 명의 무슬림들이 물리적으로 폭력을 사용하는 이슬람주의자들 지지하고 있다는 오해에서 문명의 충돌이 초래되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따라서 그는 ‘파크 51’의 개장을 상당히 긍정적인 현상으로 인식했을 것이다. 미국 내 다양한 문화와 종교 안에서 이슬람교가 순수한 종교로 받아들여진 상징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슬람 테러로 연상되는 문명의 충돌의 구도에서 이슬람 종교가 ‘무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티비의 이런 시각에는 허점도 있다. 그는 이슬람주의를 종교를 빙자한 정치세력으로 지나치게 획일화했다. 이슬람주의도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세속온건 성향의 터키의 집권 정의개발당과 과격테러단체 알카에다 모두 이슬람주의를 주창한다. 더불어 이슬람이 종교지도자인 동시에 정치지도자였던 사도 무함마드에 의해 창시됐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치지도자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Hadith)도 『쿠란』과 더불어 이슬람의 경전이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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