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괴물’ 이종현·이승현 … 둘이 팔 벌리면 코트 꽉 차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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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트윈타워’ 이종현(오른쪽)과 이승현이 숙소에 세워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앞에서 양 팔을 벌려 보이고 있다. 이종현은 양팔을 벌린 길이가 2m23㎝나 된다. [임현동 기자]

“괴물, 우리 둘 다 괴물이에요.”

 별명을 물었더니 동시에 ‘괴물’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마추어 농구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고려대 이종현(19·2m6㎝)과 이승현(21·1m97㎝)을 설명하는 데 ‘괴물’이란 단어 외에 적절한 표현이 없어 보인다.

 지난 7일 서울 안암동의 고려대 숙소에서 이들을 만났다. 이승현은 “구분이 어려우면 나는 오래된 괴물, 종현이는 신(新)괴물로 불러달라”며 웃었다.

 이종현은 고려대 입학예정자로, 지난달 농구대잔치 데뷔 무대에서 2년 선배 이승현과 호흡을 맞추며 괴력을 선보였다. 고려대는 108연승을 달리던 상무를 꺾고 대회 사상 처음으로 우승했다. 고려대의 어린 빅맨들이 전원 프로 출신으로 이뤄진 상무의 골밑을 무너뜨리는 모습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지난해 여름 성인대표팀에도 뽑힌 적이 있는 이종현은 농구 관계자들의 극찬을 받고 있다. 대학농구연맹 박건연 전무이사는 “서장훈(39·KT)의 높이, 김주성(34·동부)의 기동력, 현주엽(38·은퇴)의 몸싸움 능력을 모두 갖췄다”고 했다. 이승현은 정확한 미들슛과 탱크처럼 저돌적인 돌파가 장점이다.

 박 전무는 “이종현과 이승현의 조합은 1990년대 농구대잔치 전성기 시절의 서장훈(당시 연세대)과 현주엽(당시 고려대)이 한 팀에서 뛰는 것으로 보면 된다. 프로팀도 외국인 선수를 빼면 이들을 당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新) 괴물’ 이종현은 실업농구 기아자동차의 센터였던 아버지 이준호(47·1m97㎝)씨를 닮아 신체조건이 뛰어나다. 특히 양팔을 벌린 길이(윙스팬)가 2m23㎝에 이른다. 이종현이 “내가 덩크슛하는 사진을 보면 마치 고무팔이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며 웃자 이승현은 “종현이의 키가 정말 부럽다. 내가 그 키였으면 NBA(미국프로농구) 갔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오래된 괴물’ 이승현은 힘에서 이종현을 압도한다. 이승현은 “난 타고난 통뼈다. 초등학교 4학년까지는 유도를 했다. 꽤 잘하는 편이었는데, 체중이 갑자기 불어서 그만뒀다. 농구는 살 빼려고 취미로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이종현은 “승현이 형 말 안 들었다간 업어치기로 내동댕이쳐질지도 모른다. 무조건 잘 보여야 한다”며 “형의 파워가 정말 부럽다”고 했다.

올 시즌 대학리그는 ‘돌아온 강호’ 고려대와 3연패에 도전하는 경희대의 대결이 주목된다. 이종현-이승현의 트윈타워가 대학 최고의 센터로 꼽히는 김종규(22·2m7㎝)와 맞붙는다. 이종현은 “종규형이랑 해볼 만하다. 이길 자신 있다”며 눈을 빛냈다. 이승현은 “기다리는 것도 지루하다. 그냥 빨리 붙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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