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가구 대단지에 전세물건 달랑 5개…"강남권 전세대란 무섭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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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물건이 없어요. 바로 나오셔서 물건 보고 계약하셔야 합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D공인 관계자는 밀려드는 전세 문의에 이 같이 답하곤 이내 전화를 끊었다. 전세 매물이 많지 않은 데다 매물이 나오면 1~2시간 내로 바로 소진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전셋값도 초강세다. 잠실 리센츠 아파트 전셋집은 주택형에 따라 지난해 10월에 비해 5000만원 가량 뛰었다. 공급면적(이하) 109㎡형은 현재 5억5000만~6억원 선에 시세가 형성됐다.

그런데도 물건이 없다. 총 5500여 가구에 달하는 리센츠 아파트 단지에 전세 매물이라곤 단 5건 뿐이다. J공인 관계자는 "리센츠 뿐만 아니라 이 일대 아파트 전체가 매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마땅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일부 세입자들은 집을 사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세난 당분간 '지속'…주택거래 활성화 방안 '시급'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잠원동 일대도 전셋값이 고공행진 중이다. 반포 경남아파트는 전셋값이 6개월새 1억원이 뛰었다. 106㎡형이 4억~4억3000만원, 142㎡형은 5억7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총 1056가구 중 전세 매물은 10여건에 불과하다. 잠원동 아파트 전셋값도 평균 2000만원 가량 올랐다는 게 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반포동 B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한신1차의 이주가 시작되면서 수요가 급증한 데다 학군수요까지 더해져 전세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방배동과 개포동 일대에선 불과 일주일 새 전세금이 수천만원가량 오른 단지도 있다. 개포동 주공 고층 6단지 112㎡도 현재 전세금이 3억6000만~3억8000만원으로 으로 2500만~3000만원가량 올랐다.

개포동 S공인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으로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분다고 기대했다가 실망한 수요자들이 전세로 돌아서면서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며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반전세로 돌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세난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 재계약 시점이 돌아오는 물량이 많아 예년보다 전세난 걱정이 더 커서다. 부동산 정보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전세 재계약 도래 건수가 11만1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권 대단지의 재건축 사업 본격화로 이주 수요가 많은 데다 집값 하락 우려 등이 여전히 전세난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취득세 감면 부활 등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을 하루 빨리 내놔야 전세 수요 집중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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