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사 법률프로 각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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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고시생 K군. 그의 곁엔 순진녀 L양이 있다. 사법고시에 연거푸 낙방한 남자 친구에게 옷 사주고 밥 사주고 용돈 주고…. K군은 그녀에게 "합격만 하면 다 갚아주겠다"고 호언장담한다.

하지만 K군은 고시에 합격하자 변심한다. 분한 L양, 이제껏 쓴 돈의 영수증 뭉치를 내놓으며 보상을 요구하는데…. 망가진 가슴은 차치하고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SBS '솔로몬의 선택' 중에서)

안방극장에 때아닌 '법(法)' 열풍이 불고 있다. 알쏭달쏭한 법적 문제를 소재로 삼는 교양.오락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자칫 따분할 수 있는 얘기지만 정보와 재미를 적절히 섞어 시청률에서도 순항하는 중이다.

이런 움직임에 불을 댕긴 건 지난해 7월 방송을 시작한 SBS '솔로몬의 선택'(토요일 오후 6시50분). 연예인으로 구성된 패널들이 의견을 내면 변호사 네 명으로 짜인 '솔로몬 법률단'이 판정을 내린다. '솔로몬…'은 방영 이후 시청률 15%대를 줄곧 유지하며 주말 황금 시간대를 점령하고 있다. 인기를 반영하듯 시청자들의 소재 제보만 매주 2백~3백여건씩 접수된다.

또 KBS가 지난해 11월부터 방송하고 있는 'TV 생활법정'(토요일 오전 10시). 이 프로그램은 사건 당사자들이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해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는 것이 특징이다. 판사 경력이 있고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황산성 변호사가 판관으로 나와 명판결을 내린다.

여기에 MBC는 지난 13일부터 '실화극장-죄와 벌'(사진.월요일 밤 11시5분)이란 프로그램으로 가세했다. 과거의 민.형사 재판을 드라마 형식으로 재연하는데, 딱딱한 재판 기록 뒤에 숨어 있는 법의 진실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SBS '솔로몬의 선택'을 기획한 이창태 책임 PD는 "법이란 일상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방송에선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던 분야"라며 "형식을 새롭게 구성한 뒤 시청자 반응이 뜨거워 제작진도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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