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가 프로 내용 '좌지우지' 붐

중앙일보

입력

남자 주인공 효민은 내성적인 성격의 고등학생. 같은 반 친구 소영을 짝사랑하지만 소영은 차갑기 그지없다. 이런 그에게 성아라는 친구가 사랑을 고백해 온다.

마침 다가온 화이트데이. 효민은 두 사람 중 누구와 모험을 떠나야 할까(클릭하거나 ARS 버튼을 눌러주세요) .시청자들에 의해 여주인공으로 소영이 선택되고 드디어 모험이 시작된다.

어느날 괴물과 모기떼가 학교를 급습하고, 효민과 소영은 위험에 빠진다.멀리서 여자의 비명이 들려온다. 어떻게 해야 할까(전화 버튼 1번은 '누가 위험에 빠졌는지를 살핀다', 2번은 '일단 도망친다') .

시청자 의견을 반영해 줄거리를 전개시키는 최초의 쌍방향(인터랙티브) 게임 드라마 '화이트데이'의 한 장면이다. 지난 19일 케이블 방송 온게임넷에서 첫 방영된 이 프로는 케이블 중 점유율 7.1%를 기록, 첫발을 성공적으로 뗐다.

온게임넷은 이 드라마 외에도 다음달 3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에 '생방송 퀴즈 쇼'란 국내 최대 규모의 쌍방향 퀴즈 프로를 방영한다. 최고 3천명의 시청자가 전화로 동시 접속해 퀴즈 대결을 벌일 수 있다. 최종 우승자에게는 상금 1백만원이 주어진다. 이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게임들이 방송 전용으로 개발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역시 케이블 방송인 매일경제 TV(MBN) 의 생방송 프로 '웰컴! 증권세상'(월~목요일 밤 9시30분) . 전화와 팩스, 인터넷으로 들어오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받아 즉석에서 상담을 벌이는데 평균 2백여통의 전화가 쇄도한다.

코미디 TV의 '생방송 코미디쇼'(월.수.금요일 밤 11시30분) 도 전형적인 쌍방향 프로그램이다. 매번 춤이나 패러디 대결 등이 벌어지는데 네티즌들의 판단에 따라 승자가 결정된다. 이밖에 m.net의 '핫 라인 스쿨', 부동산TV의 '부동산 네트워크', 음악채널 MTV의 '모스트 원티드' 등도 시청자들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프로그램 제작에 반영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이런 쌍방향 방송은 앞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디지털 방송의 큰 특징 중 하나가 시청자와의 상호 연계에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전화나 인터넷이 연결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지만,디지털 방송이 본격화되면 TV가 시청자들과의 주요 접속 통로가 된다.

매일경제 TV 이숙로 차장은 "디지털방송이 각광받는 것은 결국 쌍방향 방송을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변화에 발빠른 케이블 TV를 중심으로 최근 7~8개 프로가 신설되는 등 쌍방향 방송 붐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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