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사뒷이야기]남매 과학자 '허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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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과학사를 되돌아보면, 부자나 형제지간, 혹은 부부간에 서로 협력하여 좋은 성과를 이룬 경우는 많습니다. 그런데 남매가 모두 과학자였던 경우도 있었을까?

상당히 드문 경우이지만, 이에 해당하는 인물로 천왕성을 처음으로 발견한 천문학자 윌리엄 허셜(William Herschell : 1738-1822)과 그의 여동생 캐롤라인 허셜(Caroline Herschell : 1750 - 1848)이 있습니다.

◇윌리암허셜

독일의 하노버에서 음악가의 아들로 태어난 윌리엄 허셜은 7년 전쟁에 종군하였다가 탈주하여 영국으로 건너가게 되었습니다. 1766년 런던 교외의 작은 교회에서 오르간 연주자로 있으면서, 천문서적을 탐독하여 천문학에 관한 실력을 쌓았습니다. 1767년,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된 윌리엄은 여동생 캐롤라인을 조수로 불렀습니다. 윌리엄과 캐롤라인은 오르간 연주와 학생을 가르치는 일로 바빴지만, 틈만 나면 천문학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윌리엄은 음악 이론의 대가인 로버트 스미스의 <광학>이란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에게 영향을 받은 윌리엄은 음악을 하는 자신도 천문학자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망원경의 성능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천체 관측에 많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윌리엄은 동생 캐롤라인과 함께 반사망원경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천체망원경의 제작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반사경의 제작에는 많은 수학적 계산이 필요했기 때문에 캐롤라인은 오빠를 도와서 수학 공부를 하기도 했고, 윌리엄이 반사경을 연마하느라 오랫동안 연구에 몰두했기 때문에 캐롤라인이 그의 입에 음식을 넣어 주기도 했습니다.

갖은 어려움 끝에 반사망원경을 제작한 윌리엄은 1781년 어느날 밤, 자신의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측하던 중 쌍둥이자리 근처에서 그 전까지는 볼 수 없던 새로운 별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천문학에 상당한 흥미를 가지고 있던 당시 영국 왕 조지 3세의 이름을 따러 '조지의 별'이라고 이름을 붙인 후, 왕립 학회에도 보고했는데 이 별이 바로 태양계의 일곱번째 행성인 천왕성이었습니다.

천왕성의 발견으로 영국 왕실 전속의 천문학자가 된 윌리엄은 더욱 큰 반사망원경을 제작하는 한편 태양계 바깥으로 눈을 돌려서 항성 및 은하계의 관측과 연구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항성을 관측하고 여러 수치들을 계산하는 데에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으므로, 윌리엄은 관측을 전담했고 그 옆에서 관측값을 기록하고 계산하는 것은 모두 캐롤라인의 몫이었습니다. 별들을 관측하기에는 최적인 맑게 갠 추운 날 밤, 잉크가 얼어붙어서 캐롤라인은 자신의 체온으로 잉크병을 녹여 가며 기록을 계속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여 허셜 남매는 2500개의 성운과 850개 정도의 이중성을 관측하여 수많은 성운, 성단, 이중성들을 새로 발견하였고, 은하계와 우주의 구조를 대략적으로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볼 때는 부족한 점도 적지 않으나 당시에는 상당히 대단한 업적이었습니다.

윌리엄 허셜은 말년에 왕실 천문학회장에 추대되기도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은 1822년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여동생 캐롤라인은 그의 관측 기록을 정리하여 6년 후인 1828년 도표로 만들어서 세상에 발표했습니다.

오빠가 죽은 후에도 캐롤라인은 그의 조수 겸 협력자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던 것이었습니다. 또한 이후에 그녀는 혜성 여덟 개를 발견하고 성운, 성단을 세 개나 발견했습니다. 평생동안 한 개의 혜성을 찾아내기도 매우 힘든 일입니다. 캐롤라인 허셜은 혜성을 가장 많이 찾아낸 여자 과학자가 되었습니다. (후에 이름이 같은, 그리고 여성 과학자인 캐롤라인 슈메이커가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기사제공:www.zemitda.net 재밌다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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