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사, 환란때 산 기업토지 385만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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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종암동 고려대 뒷길에서 종암여중 쪽으로 이어지는 길이 1백여m,높이 30m의 깎아지른 옹벽과 야산.1998년 정부의 기업보유 부동산 매각 촉진을 통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토지공사가 사들인 땅이다.

토공은 A사로부터 이를 임야로 분류해 27억9천7백만원(1만1천6백38평)에 샀다. 그러나 이 땅은 상업적 가치가 전혀 없으며 현재 매각도 불가능하다.

서울 노량진동 노량진 청과시장내 1천5백13평의 땅. 토공이 98년 7월 B사로부터 77억8천6백만원에 매입했으나 못팔고 있다. 땅 모양이 길고 홀쭉한데다 철길 옆에 바로 붙어 있어 어디 쓸 곳이 없는 땅이라고 부동산 업자들은 설명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5가 2백29평짜리 자투리땅. 토공이 C사로부터 사들인 이 땅은 표주박 모양으로 건물 하나 제대로 올릴 수 없는 쓸모없는 땅이다.

이렇다 보니 3년 넘게 팔리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토공은 당시 2억8천6백만원에 이땅을 사들였으나 이미 몇차례 유찰되는 등 땅 임자가 나서지 않고 있다.

98년 정부 지시로 토공이 5백77개 기업으로부터 샀던 3백85만6천평(8백11건.2조6천1백55억원어치)의 일부다. 토공은 이후 이들 땅 가운데 45%를 팔았다. 못 판 55%는 앞으로도 팔기 어려운 땅이 상당수다. 서울지역에만 38건에 이르고 있다.

토공은 기업토지 매각이 부진하자 지난해부터는 기준가격 이하로 매각하는 것을 허용했다. 손실을 보더라도 팔아서 현금화하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백12만평(5천6백63억원어치)을 팔았다. 그러나 토공은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 지난 3월 말 현재 평가손실이 6백67억원이나 났다.

토공의 한 관계자는 "당시 기업들이 우량 토지는 모두 숨겨 놓고 팔지 못하는 골치 아픈 땅만 정부에 떠맡겼다"며 "그러나 정부가 토지매입과정에서 공기업의 손실보전을 약속한 만큼 지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원할 경우 매년 2천억~3천억원에 이르는 금융비용에 해당하는 만큼 출자지원을 해야 돼 그만큼 국민 세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김남중 기자 n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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