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새 정부의 성패, 앞으로 한두 달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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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대통령직 인수위원 22명에 대한 인선을 했다. 이 중 14명이 박 당선인의 대선조직인 ‘국민행복추진위’ 출신으로 대부분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가들이다. 짧은 기간 당선인의 의중을 반영해 새 정부의 골격을 짜야 하는 인수위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해할 법한 인사다. 선거 공신(功臣)이란 이유로 전문성이 부족한데도 발탁되곤 했던 관행도 이참에 끊은 듯 보인다. 박 당선인이 예고해왔던 대로 ‘정책 인수’ 개념이 적용된 인선이랄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역대 인수위와 달리 교수의 발탁률이 높다는 것이다. 대부분 분과에서 교수가 간사를 맡을 정도로 중용됐다. 역대 인수위에선 참여 교수들에 대해 문제의식과 아이디어는 많지만 현실감각과 집행력이 떨어지는 편이란 평가가 내려지곤 했다. 박 당선인이 유념할 대목이다.

 정치인 비중은 낮은데, 경제 1·2와 외교국방통일 분과 간사로 기용된 류성걸·이현재 의원과 김장수 전 의원은 의원 경험이 7개월여, 4년에 불과하다. 사실상 관료 몫인 셈이다. 그나마 정치 경험이 긴 인사는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과 국민대통합위 한광옥 위원장 정도다. 장차 분과 내에서, 혹은 분과 간에 이견이 불가피할 텐데 여하히 조정하는 정치력을 발휘하느냐가 숙제일 듯하다.

 박 당선인과 인수위원들은 무엇보다 ‘시간이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노태우 당선인 시절을 빼곤 가장 늦게 출범하는 인수위이기 때문이다. 김대중·이명박 당선인 때와 비교하면 10여 일 지체됐다. 취임 때까지 50여 일 남았다지만 2월 초부턴 각종 인사와 취임 준비로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제대로 일할 시간은 채 30일이 안 되는 셈이다. 조직 정비와 인수인계를 위한 교육, 업무 파악까지 하려면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결국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과거 인수위의 과욕을 반면교사로 삼아 몇 가지 핵심 정책 방향만 정하는 집단 지혜가 필요하다. 당선인의 공약도 인수위 단계에서 재점검해야 한다. ‘약속’을 다 지킬 수도, 지켜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우선순위를 판단해야 한다. 정권 갈등의 씨앗이 이 단계에서 뿌려졌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새 정권의 성패가 앞으로 한두 달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