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11도 바다에 뛰어든 개념군인돌, 과거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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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2013. 1

극한을 함께한 동료와의 포옹은 불만큼 뜨겁습니다. 남자들은 대개 극한의 경험들을 군대에서 합니다. 특히 강추위 속 겨울 훈련을 함께 하고 나면 동료애는 가족애 못지않습니다.

사진은 영하 11도, 체감온도 영하 16도이던 새해 첫날 새벽 6시30분, 경북 포항 도구해안에서 1㎞ 바다를 헤엄쳐 나온 오종혁 병장이 장작불 앞에서 동료를 안고 격려하는 모습입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뚫고 나온 그들이기에 진정한 남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감동의 순간’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해병대 1사단 수색대 소속 오 병장은 3일부터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개념 군인돌’의 주인공입니다. ‘개념 군인돌’은 오 병장이 1999년 데뷔해 HOT, GOD 그리고 핑클 등과 함께 활동한 아이돌그룹 ‘클릭비’ 출신이어서 네티즌들이 붙여준 별명입니다.

60만 군 장병 중에서 오 병장이 갑자기 화제가 된 것은, 적절치 못한 군 생활로 비판을 받고 있는 비(본명 정지훈) 상병과 달리, 전역일이 오는 18일인데 겨울 혹한기 훈련을 받겠다며 전역을 연기했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오 병장이 전역을 연기하기까지의 과정은 이랬습니다. 아이돌 스타 오종혁은 2011년 4월 18일 해병 1140기로 자원입대했습니다. 수색대를 지원했으나 해병대사령부 군악대로 자대배치를 받았습니다. 그는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해병대사령부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저의 희망사항은 단 한 가지입니다. 해병대 수색대원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받아들여져 그는 지난해 6월 수색대 입교 테스트를 통과하고, 해병대 1사단 수색대대로 옮겼습니다. 그래도 그는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늦은 수색대 배치로 겨울 혹한기 훈련을 이수하지 못하고 전역하면 해병대 군인으로서 역할을 다 해내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는 31일부터 2월 22일까지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설한지(일반병 혹한기 훈련과 비슷) 훈련을 마치고 전역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전역연기를 신청했습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하루도 아닌 35일 동안 더 견뎌내고 싸워 이기겠다는 진정한 사나이 오 병장. 오 병장 같은 군 장병들이 있어 우리 모두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글=강정현 기자 ,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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