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 합작드라마 '프렌즈' 원빈·후카다 캐스팅

중앙일보

입력

한국의 원빈(24) 과 일본의 여배우 후카다 교코(深田 恭子.18) . 성(性) 과 국적은 달라도 두 배우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우선 이들은 둘 다 인기 절정의 아이돌 스타다.

단연 용모가 출중하다. 아이돌 스타들이 대부분 반짝 인기에 그치는 데 반해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미래가 기대된다는 점도 닮았다.

그리고 이들은 한 분야에 만족하지 않는 만능 엔터테이너다. 후카다의 경우 피아니스트.가수.수영선수.탤런트.영화배우 등 다섯개의 직함을 가지고 있다. 원빈도 패션 모델, 탤런트에 이어 얼마전 충무로에서도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 두 청춘 스타가 함께 호흡을 맞춘다. 내년 2월초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방영되는 '프렌즈'가 그 무대.

MBC 프로덕션과 일본의 TBS가 월드컵 공동 개최를 기념하여 공동 제작하는 4부작 드라마다. 두 나라의 젊은이들이 주변의 반대를 극복하고 순수한 사랑을 만들어 가면서 서로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방송 사상 첫 한.일 합작이니만큼 주연 배우 캐스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제작진은 희망을 상징한다는 차원에서 양국에서 가장 앞날이 유망한 청춘 스타를 뽑기로 했는데, 원빈과 후카다 교코가 최종 선택됐다.

원빈은 KBS '가을 동화'에서 보여준 개성있는 연기가 후한 점수를 받았고, '오 갓 플리즈''투 하트' 등의 드라마와 영화 '링 2'에 출연했던 후카다도 그 끼와 재능을 높이 평가받았다.

지난 23일 오후 남산 팔각정에선 드라마 제작 발표회가 열렸다. 화사한 핑크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후카다는 "직접 고른 건데 너무 예뻐요"라며 연신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후카다와 원빈, 두 사람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터인데 서로에 대한 자랑이 끝이 없다.

"빈 오빠는 다정다감하고 능력이 넘치는 배우예요. 웃는 모습은 또 얼마나 매력적인데요." "후카다는 나이는 어리지만 사람을 편안하게 해 줘요. 애교도 만점이라 말이 안 통해도 금방 친해졌어요."

이 드라마는 월드컵 붐 조성을 위해 기획됐지만, 교과서 파동.어로 분쟁 등으로 한.일 관계는 냉랭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탓일까. 두 주인공의 입에서도 대의명분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한.일 관계를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오히려 출연을 결심했어요"라는 후카다는 작은 힘이나마 보태 문화 교류의 초석이 되고 싶다고 또렷하게 말했다. 원빈도 "이번 드라마를 통해 양국간 정서 교감의 길을 찾고 싶다"고 덧붙인다.

일본 문화 개방 이후 한.일간의 다양한 교류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분야는 미답지였던 게 사실이다. 이 작품도 1999년 중순 일본측의 제의를 받아들여 공동 제작에 합의한 뒤 구체적 결실을 보기까지 2년 이상의 세월을 필요로 했다. 그동안 제작진들이 열두번이나 양국을 오가며 대본의 전체적 틀을 완성했다.

이 드라마는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이다. 얼마 전 홍콩 로케를 마치고 이제부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간다. 뉴욕 촬영도 예정돼 있었지만 미국내 테러 사건으로 취소됐다.

우리 나라에서 애국자로 보이는 한가지 방법이 있다. 침을 튀겨 가며 일본을 비판하는 것이다. 이렇듯 과거사에 얽매인 정서의 골은 아직도 깊다. 이번 합작 드라마가 보여주는 양국 젊은이들의 사랑을 통해 그 골이 얼마나 메워질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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