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최악의 타고투저 '함량미달'

중앙일보

입력

열전(熱戰)인가,졸전(拙戰)인가.

굳이 따지면 졸전이다.

프로야구의 진정한 최강자를 가리는 한국시리즈의 경기치고는 그 내용이 함량 미달이다.

25일 삼성-두산의 한국시리즈 4차전은 역대 한국시리즈 타격부문의 기록을 대부분 갈아치운 기억에 남을 만한 타격전이기 이전에 잠실구장을 가득메운 3만5백명의 관중들에게 선보이기 민망한 부끄러운 경기였다.

삼성은 0-2로 뒤지던 2회초 공격에서 두산이 전날 3차전에 기록한 한국시리즈 1이닝 최다득점 타이(7득점)을 시원하게 갈아치웠다. 2사후에만 6안타를 집중시키며 7안타와 4사구 3개로 8점을 뽑아버렸다. 두산의 선발 빅터 콜과 최용호가 그 희생양이었다.

그러나 삼성이 역전의 기쁨을 즐길 새도 없이 3회말 두산이 삼성의 기록을 또 한번 갈아치우며 잠실구장을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삼성 선발 갈베스와 김진웅, 박동희를 상대로 홈런 2개를 포함해 7안타와 볼넷 4개, 상대 실책 하나를 묶어 무려 12득점을 올린 것이다. 삼성은 타오르는 두산 타선의 불길을 잡아보기 위해 김현욱, 임창용까지 불펜에 대기 시키며 투입 시기를 엿봤지만 등판하는 투수마다 불을 끄기는 커녕 난타 당하고 마운드를 내려오고 말았다.

올해 한국시리즈가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打高投低) 시리즈’로 펼쳐지는 것은 양팀의 투수력이 타력을 못당해내고 있는 방증이다.

국내 우수한 투수들이 해외로 꾸준히 빠져나가고 있는 반면 타력은 힘있는 외국인 타자들의 적응과 국내 거포들의 등장으로 점점 더 향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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