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고구려 고분벽화, 고려 부곡인 일반 독자 위한 역사서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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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고구려 강서중묘 ‘백호’ 벽화. [중앙포토]

‘태정태세문단세-.’ 학창 시절, 이 글귀를 주문처럼 외운 적이 있다. 조선시대 왕의 앞 글자만 따서 나열한 계보도다. 그 시절 역사는 인명·지명·연도를 달달 외워야 하는 암기과목이었다. 유구한 한국사를 교과서 안에 압축하다 보니, 이야기보다 잘 요약된 표가 우선시 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사 연구모임인 한국역사연구회가 이런 역사 교육 현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역사책장 시리즈북’ (푸른역사)을 내놓은 것. 우선 1차분 세 권이 출간됐다. 각각 고려시대 부곡인, 고구려 고분벽화, 조선공산당의 모스크바 밀사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방대한 역사 속에 작은 방점을 찍고, 이를 세세하게 풀어냈다.

 우선 박종기 국민대 국사학과 교수가 쓴 『고려의 부곡인, 경계인으로 살다』를 보자. 고려시대 천민 집단 부락이라 알려진 부곡(部曲)의 삶에 주목한 저자는 부곡인을 천인도 양인도 아닌 ‘경계인’이라고 정의 내렸다. 부곡인의 위상을 요즘 학계에서 주목받는 경계인으로 해석했다.

 이유는 이렇다. 부곡인이 조세와 역역(力役)을 부담했다는 점에서 양인에 속하지만, 부곡이라는 거주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규제를 받았다고 한다. 천인·양인이 엄격히 구분됐던 조선과 달리 고려시대에 경계인이 필요했던 건 지역별 격차 때문이었다. 한반도 첫 통합국가였던 고려는 부곡인 같은 경계인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전호태 울산대 교수(역사문화학과)의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 여행』과 임경석 성균관대 교수(사학과)의 『모스크바 밀사』도 일반 독자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한국역사연구회는 “해당 분야의 권위자들이 살아 있는 역사 이야기를 하려 한다. 대중과 역사의 거리를 좁히려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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