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과거사 반성 물타기 아베 “새로운 담화 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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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총리

일본의 새 총리로 취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자신의 주장에 입각한 과거사 관련 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른바 ‘아베 담화’다. 아베의 성향상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밝힌 ‘무라야마 담화’나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시인했던 ‘고노 담화’를 상당 부분 무력화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어서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아베는 31일 보도된 산케이(産經)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라야마 담화는) 전후 50년을 기념해 (1995년) 당시 사회당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가 내놓은 담화이지만 그때부터 세월이 흘러 21세기를 맞았다”며 “난 21세기에 걸맞은 미래지향의 아베 내각으로서의 담화를 내놓으려 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선거, 12월 중의원 총선거 과정에서 무라야마·고노 담화를 수정할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본인의 입으로 ‘아베 담화’를 새롭게 내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아베 담화’를) 어떤 내용으로 할지, 어떤 시기를 골라 발표할 것인지를 포함해 앞으로 전문가들을 모아 논의해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아베 총리의 발언은 무라야마 담화를 파기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담화를 발표함으로써 역사 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아베는 인터뷰에서 위안부 배상 문제 등 한국과의 외교 현안과 직접 관련 있는 ‘고노 담화’에 대해선 “(무라야마 담화와는 달리) 각의 결정된 것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93년의 고노 담화는 당시 관방장관이던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이 내놓은 (개인) 담화”라며 “이미 2007년 아베 정권 당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정부가 발견한 자료 중에는 (일본)군 및 관헌(官憲)에 의한 이른바 강제연행을 직접 나타내는 듯한 기술은 찾을 수 없었다’는 답변서를 각의 결정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고노 담화는 자신의 1차 집권 당시 정부에 의해 공식 부인된 만큼 ‘존재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이전 민주당 정권에 의해 (일본 외교에 대한) 신뢰가 상실되는 바람에 일본은 지금 많은 국가로부터 얕보이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 인정을 통해 (미·일) 동맹이 강화돼 일본은 더욱 안전해지고 (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더욱 굳건해진다” 등 ‘강한 외교’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 

◆무라야마 담화=“일본이 전쟁으로 국민을 존망의 위기에 몰아넣었고,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의해 여러 국가와 국민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 이에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표한다.”

◆고노 담화=“위안소의 설치·관리 및 위안부의 이송에 관해선 옛 일본군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이에 관여했다. 특히 당시 한반도는 일본의 통치하에 있어 위안부의 모집·이송·관리 등도 감언, 강압에 의하는 등 전체적으로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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