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전훈지 터키가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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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맹국에서 전지훈련의 메카로.

지난해 여름 한.일 월드컵에서 인상적인 경기로 3위에 올랐던 터키가 이번 겨울엔 국내 프로축구팀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둥지를 틀고 있다. 10개 구단 중 절반이 넘는 6개 팀이 터키를 해외 전지훈련장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천 SK와 부산 아이콘스 등 2개 구단만이 터키로 갔던 것에 비하면 커다란 변화다.


터키 남부에 위치한 안탈리아 지역이 이들의 행선지다. 현재 박지성.이영표가 속한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이 안탈리아컵에 출전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이 지역은 유럽 클럽팀들에도 인기있는 전훈지다.

지난해에도 이곳을 전훈지로 사용했던 부천팀 관계자는 "무엇보다 유럽팀들이 대거 몰려온다는 점이 좋았다. 동유럽 등 1백개 이상 클럽이 찾아와 내실있는 연습경기를 갖게 돼 실전 경험을 충분히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으로 이 지역을 찾는 울산 현대의 김영국 주무는 "지중해 연안에 위치해 평균 15도 내외의 온화한 기후조건이 매력적이다. 또한 잔디 등 운동장 시설도 최상급"이라고 말했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북 현대 김병국 사무국장은 "지난해엔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했는데 1인당 하루 10만원이 넘게 들었다. 그러나 사전 답사 결과 터키는 6만~7만원으로 숙식 등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양 LG 관계자도 "전반적으로 물가가 한국의 절반 수준이어서 부가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월드컵으로 인해 한국에 대한 친밀도가 높아져 한국민에게 특히 친절하다는 점도 구단들의 마음을 끈 듯하다. 전북 김병국 국장은 "국가 문화가 배타적인 경우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터키는 여러모로 친숙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동의 이라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행여 전지훈련 기간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이 발발해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점은 걱정"이라며 축구 외적인 변수를 우려했다.

터키행을 선택하지 않은 구단들은 스페인.크로아티아.일본 등을 전지훈련지로 정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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