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왕건' 신숭겸 안방울린 '아름다운 죽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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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건(최수종) 은 한없이 초라했지만 신숭겸(김형일) 의 뜨거운 의리는 빛을 발했다.

지난 7일에 이어 13일 방영된 '태조 왕건'에서는 고려군이 백제군에게 처절하게 패했던 공산전투가 재현됐다. 계곡으로 이뤄진 지형적 특성상 1만의 고려군은 백제군에게 완전 포위돼 독안에 든 쥐가 됐고, 왕건은 견훤에게 목숨을 내놓아야 할 처지였다.

전투가 이 지경에 이르자 왕건을 살리고자 신숭겸이 묘안을 낸다. 자신이 왕건의 복장을 하고 전투에 나가 적을 유인하는 동안, 왕건은 백제군 졸병 복장으로 갈아입고 그 곳을 빠져나가라는 것.

이 대목에서 두 남자는 눈물을 흘렸다. "나더러 도망을 가라는 것인가. 놓아라, 나는 아니 간다, 아니 가!"라고 외친 왕건은 전장에서의 줄행낭이 낭패스러워 울었고 신숭겸은 "형님 폐하, 형님 폐하를 위해 목숨을 다 할 수 있게 되어 이런 기쁨과 영광이 없사옵니다"라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

리고 전장에 나가 화살을 온몸으로 막은 덕에 왕건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했다. 주연 왕건은 스타일을 왕창 구겼지만 신숭겸은 시청자들의 뇌리에 박히는 순간이었다.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한 이 대목에서 신숭겸의 남성미는 시청자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충성이 중시됐던 역사적 배경을 고려할 때 신하가 왕의 복장으로 왕을 대신해 죽는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니는 데다 신숭겸의 선택에는 의형제로서의 끈끈한 의리까지 가미돼 감동의 순도를 높였다.

이 덕택에 '태조 왕건'의 시청률은 43.6%(7일) , 41.4%(13일) 을 기록, 강력한 경쟁자 SBS '여인천하'를 제치고 그 주 최고치를 기록했다. 9월 이후 계속 30%대를 기록하던 시청률이 신숭겸의 최후를 그리며 급상승했다.

'태조 왕건'의 인터넷 시청자 게시판에도 '신숭겸 너무 대단해''신숭겸, 그 아름다운 죽음' 등의 제목으로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최근 '태조 왕건'이 40%대를 넘었던 때는 지난 8월 26일. 조물성 전투에서 백제의 금강태자가 혈투를 벌이다 자신의 눈에 꽃힌 화살을 뽑았던 장면이 나온 날이었다.

김종선 PD는 "김형일씨가 연기를 제대로 했다. 역할에도 맞았고 신숭겸의 남성적인 면모를 잘 표현했다"고 말했다. 한때 '굵고 느끼한' 목소리로 각종 쇼 프로에서 웃음을 선사했던 김형일씨.

최근에는 KBS 시트콤 '쌍둥이네'에서 쪼잔한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역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그는 신숭겸 역을 계기로 연기의 폭을 한층 넓혔다는 평을 듣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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