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되는 2014학년도 수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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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의 변화는 수험생들에게 심리적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재수생은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고3 수험생에 비해 불리한 것은 아닌지,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전혀 다른 새로운 내용을 공부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하지만 2014학년도 수능시험의 변화된 내용을 살펴보면 재수생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요소는 없다.

먼저 2014학년도 수능시험의 배경을 보면 교육과정에 맞춰 구성된다. 2014학년도 수능개편안은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 의해 2011년 당시 고1부터 적용됐다. 학생들의 과중한 학습 부담을 줄여주고 수험생 본인의 진로에 따라 필요 이상으로 시험 준비를 하지 않도록 고등학교 교과서 국어·영어·수학을 수준별로 분리하고, 탐구 과목이 통폐합됐다. 이에 따라 수능 시험의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기존 수능시험의 범교과적 출제에서 교과 중심 출제로 바뀌게 되었으며 국어·영어·수학은 수준별 시험을 도입했다.

수능 중심의 현행 입시제도 하에서 재학생 보다 재수생이 유리했다. 재수생이 재학생에 비해 성적 향상을 거둘 수 있는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수능 점수 향상을 위해서는 학습의 지속성·반복성·체계성이 필요한데, 재학생들이 이런 학습 조건을 채우기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학생들은 고2 겨울방학부터 본격적인 수능 준비를 한다. 고3 3월에 모의고사를 치르고 4월에 접어들면 중간고사를 준비해야 한다. 수능을 위한 공부는 잠시 중단해야하는 것이다.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여름에 잠깐 수능 공부하다 보면 수시 원서를 써야 하고 논술 시험을 준비해하고, 또 2학기 중간고사가 기다리고 있다. 수능을 위한 지속적인 학습은 불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재수생은 대학 입시에만 집중할 수 있다. 수능에 필요한 어떤 과목의 성취를 위해서는 일정 기간의 지속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해당 과목의 학습능력에 따라 짧게는 3개월 길게는 5개월의 장기적인 학습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복습에 그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재수생이 재학생에 비해 수능에 강한 것은 바로 이러한 학습의 체계적 반복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이 바뀌면 재수생이 불리하다는 통념이 있다. 고3들은 그에 대비해 왔고 재수생은 그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것이 그 근거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면 수능이 바뀌었다고 해서 재수생이 불리해질 이유는 없다. 우선 출제 범위와 대상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국어와 영어 영역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을 뿐이다.

수학은 기존의 수리 가형과 나형이 수리 B형과 A형으로 바뀌었다. 문제의 출제 유형은 기존의 수능의 원리를 따르고 있다. 또 바뀐 교과서를 토대로 출제한다고 하므로 재학생이 유리할 것 같지만 교과목마다 복수의 교과서가 존재하므로 고3학생의 학습은 학교에서 선택한 특정 교과서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탐구과목의 경우 사회와 과학 과목의 변화가 많은 편이지만 통상 탐구과목은 재학생의 경우 고3에 진학하면서 시작하거나 여름방학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재수 기간 중 3~4회의 반복 학습이 가능한 재수생이 유리한 조건이다.

2014학년도 입시의 화두는 ‘수시의 정시화’이다. 연세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이화여대 등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은 모두 수시에서 수능 중심의 우선 선발 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는 중상위권 대학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2014학년도 입시에서 국어·영어·수학이 A/B형으로 이원화됨에 따라 우선 선발 수능 최저등급을 획득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수능에 강한 재수생은 이제 정시뿐만 아니라 수시에서도 유리해진다. 굳이 수시우선선발이 아니라도 논술 중심의 일반 선발에서도 재수생은 불리할 이유가 없다. 일반 선발에서도 여전히 수능 최저등급 기준은 존재하며, 재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대학별 논술고사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규 분당청솔학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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