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술 마신 부부, 아내만 음주단속 걸린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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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012년 12월 말. 맞벌이 부부인 K씨(36·몸무게 80㎏)와 P씨(33·여·50㎏)는 각각 소주 1병씩을 마시고 오전 3시쯤 귀가했다. 이들은 5시간 정도 잠을 잔 뒤 각자 차를 몰고 출근길에 나섰다. 이날 오전 8시30분 특별 음주 단속에 걸린 두 사람. 그런데 남편 K씨는 무사히 통과했고 아내 P씨만 혈중 알코올 농도 0.06%로 100일간 운전면허가 정지됐다.

 위 사례는 한 맞벌이 부부의 일상을 가정한 것이다. 사례에서 두 사람은 똑같은 양의 술을 마시고 비슷한 시간 동안 잠을 잤다. 그런데 왜 아내는 음주 단속에 걸렸고 남편은 무사했을까.

 성별과 몸무게 차이 때문이다. 경찰이 혈중 알코올 농도를 계산할 때 사용하는 위드마크 공식에 따르면, 소주 1병을 마신 몸무게 80㎏ 남성인 K씨가 혈중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는 3시간34분이 걸린다. 반면 몸무게 50㎏의 여성인 P씨는 7시간12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출근 시간대인 오전 8시30분쯤 K씨는 술이 완전히 깬 상태였지만 P씨의 몸속에는 여전히 알코올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연말 잦은 술자리로 인해 아침 출근길 ‘숙취 운전’에 나서는 사람이 많다. 경찰청은 30일 공식 블로그(http://polinlove.tistory.com)를 통해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 주종·성별·몸무게 등에 따라 술이 깨는 시간대를 계산한 수치를 공개했다. 스웨덴 생리학자 위드마크(widmark)의 이름을 딴 이 공식은 경찰이 범죄자의 혈액을 측정하거나 호흡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할 수 없을 때 사용하는 혈중 알코올 농도 계산법이다. 음주 측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나 사고 때 유일하게 운전자의 진술만 있는 경우 등에 활용된다.

 이날 공개된 위드마크 수치에 따르면 ▶몸무게가 무거울수록 ▶여자보다는 남자가 술이 빨리 깨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19도짜리 소주 1병을 마신 70㎏ 남성이 운전대를 잡기 위해선 4시간6분이 필요했다. 하지만 같은 양의 술을 마셨더라도 60㎏ 남성은 41분이 더 걸렸다. 여성은 시간이 더 필요했다. 소주 1병을 마신 60㎏ 여성이 술이 깨는 데는 6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 분해 시간은 술의 종류에 따라서도 달라졌다. 70㎏ 남성 기준으로 ▶생맥주 2000cc 5시간22분 ▶막걸리 1병 2시간41분 ▶양주 4잔 6시간28분 ▶와인 1병 5시간50분이 걸렸다. 60㎏ 여성은 알코올이 분해되기 위해 ▶생맥주 2000cc 7시간53분 ▶막걸리 1병 3시간56분 ▶양주 4잔 9시간28분 ▶와인 1병 8시간34분이 필요했다.

 경찰 관계자는 “알코올 분해 시간은 나이·성별·컨디션·건강상태·음주시간·섭취한 음식물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과음을 하고 충분히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면 아침 출근길에도 음주 운전으로 단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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