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벼랑 끝 살수 흑139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제11보(135~139)=흑이 A로 잇고 싶은 마음 꿀떡 같지만 안 되는 수라는 것을 이미 전보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절망이구나 싶을 때 고심을 거듭하던 미위팅 3단, 아주 재미있는 수를 들고 나왔습니다. 바로 135인데요, 재능이 번득이는 놀라운 한 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쉽게 생각해 ‘참고도1’ 백1로 이으면 그때는 흑도 2로 잇습니다. 12까지의 수순을 잘 보시면 알겠지만 백도 끝까지 버티다간 거꾸로 다 죽고 맙니다. 꽤 많은 변화가 내포돼 있는 곳이지만 아무튼 ‘참고도1’ 백1로 이었다가는 수가 납니다. 135는 실로 대단한 수 아닙니까.

 최철한 9단은 136, 138의 응수를 찾아냈습니다. 138 같은 수는 굉장한 속수라서 프로의 감각으로는 두기 힘든 수지요. 흑을 B로 살려주고도 약점은 약점대로 남으니 진정 생각하기 힘든 수지요. 하지만 ‘참고도2’를 보십시오. 흑1엔 백2로 두는 수가 있어 백은 무난히 탈출합니다. 흑 대마도 살지 않느냐고요? 맞습니다. 6의 손해와 8의 빵따냄을 허용하면 목숨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살면 뭐 합니까. 도처에서 손해를 본 나머지 이건 집으로도 대차가 나는군요. 사느라고 고생하는 사이 백 집은 뚱뚱해지고 흑 집은 바짝 마른 탓이지요.

 미위팅 3단, 비장한 자세로 139로 단수합니다. 벼랑 끝에서도 방어하기 극도로 힘든 살수를 쏟아냅니다. 백도 A로 따낼 수는 없어요. C로 끊기면 당장 사고가 납니다. 그럼 어찌 해야 하는 걸까요. 아마도 마지막 시험 문제가 아닐까요.

▶ [바둑] 기사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