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황수관 박사, "과로 조심" 주위 만류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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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 박사’ ‘건강 전도사’로 널리 알려진 황수관(사진) 연세대 의대 외래교수가 30일 오후 1시 별세했다. 67세. 황 교수는 지난 12일 건강검진을 위해 서울 도곡동 강남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가 간(肝) 농양에 의한 급성 패혈증으로 이날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황 교수의 지인들은 “평소 건강관리를 잘해왔던 황 교수가 너무 빡빡한 연말 일정에 치여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진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1945년 일본에서 태어나 경북 경주(안강)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황 교수는 66년 대구교대를 졸업한 뒤 79년까지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다. 뒤늦게 생리학·의학 분야에 관심을 가진 그는 경북대 의대 연구원을 거쳐 90년 국민대 대학원에서 생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의대 생리학 교실 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99년 새천년민주당에 영입돼 전임교수직에서 물러났다. 2000년 총선에 출마(서울 마포을)했지만 낙선했다.

 황 교수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1997년 TV 예능 프로그램 ‘호기심 천국’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외환위기로 전 국민이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신바람 전도사’로 용기와 희망을 준 것이다. 건강이라도 잘 챙겨서 ‘훗날 좋은 세상을 맞자’는 그의 메시지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평소 강의에서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며 ‘건강을 위한 첫 번째 수칙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꼽았다. 그는 매주 3∼4회씩 걷거나 헬스장을 찾았고 마음의 응어리는 신앙생활로 풀었다. 그는 서울의 강남중앙감리교회 장로로 봉직했다. 황 교수는 자신의 평소 지론대로 채식·육식을 골고루 하는 균형적인 식생활을 계속해 왔다.

 지난 20년간 전국을 돌며 하루 2∼3차례 강의를 해온 그는 “너무 과로하지 말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내 강의로 국민에게 행복 물질인 엔도르핀을 선물할 수 있다면 이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되뇌었다. 그는 2004년 동남아시아 쓰나미 피해 성금 1만 달러, 2010년 아이티 대지진 참사 성금 1만 달러 등 기부천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황 교수는 최근까지 새누리당 상임고문으로 활동하는 등 정치에 대한 꿈도 버리지 않았다. 대선을 앞둔 지난 10월 박근혜 후보 대외협력담당 특보에 임명됐다. 유족은 부인 손정자(67)씨와 아들 진훈(미국 유학생)씨, 딸 명아·진아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신촌동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에 마련됐고 발인은 내년 1월 1일 오전 9시30분이다. 2227-7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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