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부리 겨눠도 사랑은 시작되네 '코렐리의 만돌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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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평화스런 섬 케팔로니아. 2차 대전의 그늘은 이 곳이라고 아니 들리 없다.

섬처녀 펠리기아(페넬로페 크루즈) 는 용감한 마을 청년 만드라스(크리스천 베일) 와 약혼한 사이. 전쟁이 발발하자 만드라스는 전장으로 떠나고 섬에는 이탈리아군이 들이닥친다

그러나 '하일 히틀러!'라는 독일군의 경례에 '하일 풋치니!'라고 답할 만큼 여유롭고 만돌린 연주가 장기인 이탈리아군 코렐리(니컬러스 케이지) 에게 펠리기아는 그만 사랑을 느끼고 마는데….

케팔로니아라는 섬의 자태를 한껏 치켜세우는 이 영화는 자연 풍광을 병풍 삼아 사랑과 전쟁의 참혹함을 번갈아 보여준다.

여기에 만돌린이란 서정적인 악기의 음율과 극악무도하기 짝이 없는 독일군이 서로 대척점을 이루며, 사랑은 좀 더 감미롭게, 전쟁은 더욱 잔인하게 표현하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연출한 존 메든 감독은 루이 드 베르니에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에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마치 팬터지 속 세계를 그리듯 서사적인 사랑이야기를 펼친다.

페넬로페는 희망과 절망을 오가는 여인 역을 실감나게 해내고, 톰 크루즈가 그녀에게 왜 반했는지를 알려줄 만큼 독특한 스페인풍 이미지가 매혹적이다. 반면 니컬러스는 만돌린을 익히고 이탈리아어 사투리까지 구사하지만 전작들과 달리 코렐리라는 배역이 몸에 착 달라붙지 않은 느낌이다.

누군가 영화 속에서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했던가. 이 영화는 사랑이란 잠시 고삐를 늦추면 늘 '움직이는 것'임을 보여준다. 15세 관람가. 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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