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권」일당 통과의 여진 여야의 대립|뒤숭숭해진 정계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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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화당과 민중당은 국회에서 대극으로 맞섰다. 민중당은 일제 승용차의 도입중지요구가 좌절되자 「청구권 자금 사용계획동의안」의 심의를 「보이코트」하고 「필리버스터」와 퇴장으로 공화당에 도전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단독으로 의사를 처리해 넘겼다. 여와 야의 대립은 평행상태가 되었으나 타개할 묘안은 없다.
민중당은 정책야당을 내걸고 이유 있는 반대와 대안 있는 투쟁을 공약했다. 그러나 『야당의 정당한 요구가 여당의 독단에 의해 묵살되는 한 강경한 대결을 할 수밖에 없다』(김영삼 총무의 말)는 것이다. 다만 민중당의 대여투쟁은 전술적인 재평가가 행해지고 있다. 민중당은 『일제 승용차도입이 공업정책상으로도 타당하지 못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세, 특정업자에 대한 독점 등 특혜로 의혹을 담고 있다』고 단정,『수입을 중지할 것』을 요구했으나 공화당은 이를 거부했다. 민중당은 이 보복으로「청구권자금 사용계획 동의안」의 심의를 거부했다.
그러나 오히려 공화당으로 하여금 조용히 심의할 수 있는 기회만을 주었을 뿐이다. 민중당 의원총회는 심의「보이코트」방침의 재고론 마저 나오는 가운데 이동의안의 반려결의안을 내놓고「필리버스터」를 감행하는 방안을 짜냈다. 물론 이 반려결의안마저 좌절될 때는 남은 중요안건인 월남파병이나 제1회 추경예산안심의의 「보이코트」도 고려하게 될 것이라는 위협도 보냈다. 그러나 민중당의「필리버스터」는 초점이 흐려져 전의와 명분을 둔화시켰다.
「청구권자금 사용계획 동의안」자체의 반려에 집중되지 못하고 이미 끝나버린 안건의 보복적인 투쟁은 처음부터 결말과 한계가 그어져 있었던 것이다. 민중당은 즉시 월남파병 등 안건의 심의거부란 예고되었던 보복적 원내전략은 철회했다.
7일 김영삼 원내총무는『심의거부만이 효율적인 투쟁은 아니기 때문에 월남증파 등 안건심의에 참여할 것』을 밝혔다. 8일 민중당 원내 대책위는 투쟁의 결과를 재평가하고 심의에 응하여 투쟁하는 방안을 짠다.
공화당은 야당의 「보이코트」전술은 아예 문제시하지 않았다.「필리버스터」는 참고 견디었다. 그리고 야당이 퇴장하자 기정방침대로 통과시켰다.
공화당은 단독으로 문제를 처리한 뒤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본회의를 휴회했다.
이른바 여·야의 극한대립을 시간으로 냉각시키자는 것이다.『여·야의 대립을 완화하고 새로운 안건에서 의견을 접근시키는 아무런 대책도 실질적으로 찾을 수 없다』(서인석 부총무의 말)는 것이다.
국회의 비정상적 의사처리에 대해 여와 야의 견해는 상반된다. 공화당은『민중당의 강경한 투쟁은 내년으로 다가선 총선거에 대비한 전술』로 단정한다. 공화당이 야당의 요구에 굴복할 수 없는 한 딴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민중당이 정책야당을 내걸고있지만 강경과 선명을 내세우는 신한당의 존재로 인한 압박감이 강경으로 윽박지르고 있다』고 까지 차라리 동정 조다.
민중당은 공화당이 여당의 구실을 못하는데 국회공전의 근본원인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제 승용차도입을 중지하라고 요구했을 때 공화당일부도 내심으로는 동조했다. 면세대신 중과세를 하도록 정부에 건의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거부한마디로 공화당 스스로의 판단을 철회하고 대통령방침을 밀어갔다. 이러한 공화당을 상대로는 타협의 여지도 실효성도 없다』는 것이다. 이토록 상반된 판단은 동시에 문제해결의 길이 막혀있음을 말한다. 결국 6대 국회는 선거 1년을 남기고 다분히 선거전략의 냄새가 짙은 대립만을 지속해갈 것이 명백해졌다. 그렇다고 문제는 끝난 것이 아니다.
민중당은「필리버스터」나「보이코트」란 가장 완강한 투쟁이 야당스스로의 무력을 드러내는 것 외에 아무런 실효성이 없음을 알고 있다. 다만『공화당의 잘못을 충실히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며 그것이외 방법이 없지 않으냐』(유성권 의원의 말)고 말하고는 있지만 종래부터 곧잘 행사해온 호의적인 방법을 수정, 이른바 정책야당으로서의 특색 있는 대여전략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공화당도 야당이 퇴장하면 단독으로 처리해 가는 습성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이 상태의 국회가 그대로 되풀이된다면 의회로서의 기능에서 완전히 이탈할 것이며 이것을 피하는 것은 여와 야가 함께 모색해야 할 가장 중대한 과제인 것이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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