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의 허재(47) 감독은 요즘 농구 중계를 보며 머리를 식힌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치열하게 순위 다툼을 하는 입장이어서 다른 팀의 경기를 볼 때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관중’의 입장에서 경기를 시청하고 있다. 그는 “우리 팀이 꼴찌이기 때문에 누가 이겨도 상관없다. 그래서 재밌게 보고 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허 감독이 지도자 생활을 통틀어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가 이끄는 KCC는 25일 홈에서 서울 삼성에 61-69로 져 3승21패를 기록했다. KCC는 26일 현재 9위 원주 동부(7승17패)에 4경기 뒤진 부동의 꼴찌다.
2005년 5월 KCC 지휘봉을 잡은 허 감독은 지난 7시즌 동안 챔피언결정전 두 차례 우승(2008~2009, 2010~2011), 한 차례 준우승(2009~2010)을 차지했다. 한 시즌을 제외하고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2006~2007시즌 꼴찌를 하긴 했지만 15승(39패)을 거뒀다. 이번 시즌은 당시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 하승진(27·2m21㎝)의 입대, 전태풍(32·현 오리온스·1m80㎝)의 이적, 추승균(현 KCC 코치)의 은퇴로 주전 3명이 한꺼번에 빠졌다. 이들의 공백을 메울 선수도 없다. 허 감독이 반전의 묘수를 찾지 못한다면 KCC가 프로농구 역대 최저승률을 기록한 1998~99시즌 오리온스(3승42패·승률 0.067)처럼 될 수도 있다. 그나마 우승 멤버였던 강병현(27·1m93㎝)이 2월에 제대한다는 게 희망이다.
한편 2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전자랜드가 12점·10리바운드를 기록한 주태수의 활약에 힘입어 모비스를 81-63으로 이겼다. 전자랜드는 단독 2위로 올라섰고, 모비스는 시즌 첫 3연패에 빠졌다.
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