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도 그 앞에선 온건파 … 극우 이지마 깜짝 발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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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사에서 가장 ‘깜짝 쇼’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 시절 수석비서관이었던 이지마 이사오(飯島勳·67)의 등용이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이지마에게 부여한 직함은 ‘특명담당’ 내각관방 참여. 민간인 신분으로 국가 정책의 모든 분야에 걸쳐 관여할 수 있는 자리다. 그는 고이즈미가 첫 당선된 1972년부터 퇴임한 2006년까지 34년간 비서를 한 그림자이자 막후 실력자였다. 고이즈미의 총리 재임 5년 반 동안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등 한국과 중국에 강경 외교를 펼치도록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지마가 2006년 4월 한·일 양국이 독도 주변 수로조사선 파견 문제를 놓고 대립할 당시 아베 당시 관방장관,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외무성 사무차관을 싸잡아 일갈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일 외무성이 막판 협상을 위해 야치를 한국에 보냈다는 뉴스를 접하자 격노, 해상보안청장을 총리 관저로 불러들여 “협상은 협상이고 일단 조사선 띄워”라고 지시했다. 고이즈미는 이지마의 말이면 ‘노’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조사선을 띄우기 직전 아베와 아소가 고이즈미를 찾아 간곡하게 버틴 끝에 이 결정은 결국 번복됐지만 양국이 격돌로 치달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렇듯 이지마는 아베·아소도 고개를 흔들 정도의 강경론자다. 하지만 아베는 이지마의 조직 장악력과 홍보 능력을 높이 사 왔다. 북한 관련 특수 임무를 맡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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