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줄 모르는 50대 베이비부머, 절반 이상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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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에 사는 황모(51·여)씨는 요즘 손자들을 돌보느라 바쁘다. 근처에 사는 큰딸 집에 들러 큰 손자(3)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후엔 둘째 손자(1)를 돌보면서 집안일을 한다. 주말에 교회에 가는 것이 여가 생활의 대부분이다. 황씨는 “아이들을 돌보다 보니 평일엔 짬이 나지 않고, 막상 시간이 나도 무엇을 새로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50대 베이비부머들이 단조롭고 소극적인 여가 생활을 보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포츠나 자기계발, 사회봉사보다 친목모임이나 종교활동에 편중돼 있다는 것이다.

 박지숭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보건복지포럼 12월호’(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발간)에 기고한 ‘도시지역 50대 장년층의 여가 생활 실태’에서 도시 베이비부머 중 절반 이상(52.3%)이 낚시·등산 등 활동적인 스포츠나 야외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1955~63년 출생한 4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다. 6개월에 한두 번 이상 바깥활동을 하는 비율은 22.7%, 한 달에 한두 번은 15.2%에 그쳤다.

 자기계발과 사회 참여에도 소극적이었다. ‘주 1~2회 이상 교양강좌 수강 같은 자기계발을 한다’는 응답은 3.1%, ‘월 1~2회 이상 하고 있다’는 대답은 7.9%였다. 50대 10명 중 1명 정도만 매달 자기계발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자기계발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73.5%에 달했다. 정당·시민단체 등 단체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86.1%, 사회봉사를 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77%였다.

 반면 친목모임이나 종교활동에는 상대적으로 열심이었다. 종교모임에 월 1~2회 이상 참여한다는 응답은 49.7%(주 1~2회 포함)였고, 월 1~2회 이상(주 1~2회 포함) 동창회나 계모임 등에 나간다고 답한 비율도 34.5%였다.

 보고서는 50대 베이비붐 세대들은 6·25전쟁 이후에 유년기를 보내 잘 놀고 즐길 줄 몰랐던 세대라고 평가했다. 젊은 시절에 남는 시간을 즐긴 ‘여가 경력(Leisure career)’이 없어 노후에 여가 시간이 생겨도 적극적이고 다채로운 생활을 즐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취약한 보육 환경 때문에 손자나 손녀를 맡아 기르는 경우가 많아 50대가 여가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수석연구원은 “50대를 위한 다양한 교육강좌와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사회봉사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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