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피와 땀과 눈물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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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제 서울 중심부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개관했다. 역대 기념관은 독립기념관, 전쟁기념관, 5·18광주민주화운동기념관처럼 단편적인 것이었다. 아니면 박정희·김영삼·김대중 기념관처럼 특정 대통령을 기리는 부분적인 것이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독립운동 이래 한국의 현대사를 집약한 ‘장편’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특히 건국과 호국 그리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포괄적으로 담아 종합적이고 균형적인 조망(眺望)을 제공하고 있다.

 전시물에는 안중근 의사의 친필유묵, 3·1독립선언서, 제헌국회 헌법안, 4·19 일기, 박정희 정권 경제개발 5개년계획 주요 문서, 1960년대 파독(派獨) 광부의 일기와 여권, 대한민국 자동차 수출 1호 포니(Pony)가 들어 있다. 전태일 열사 전시관이나 민주화운동 코너에서는 격동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각종 전시물을 만난다. 이 박물관의 다른 이름은 ‘피와 땀과 눈물의 전시관’인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유례없는 역사 논쟁이 있었다. 진보·좌파에서는 박정희 개발독재를 신랄히 비판했다. 보수·우파에서는 박정희 경제개발을 옹호하면서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혼란을 공격했다. 박근혜 그룹의 승리로 끝났지만 그렇다고 한쪽의 일방적인 우세인 것은 아니다. 51.6대 48이 보여주는 것처럼 역사관에 대한 팽팽한 긴장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대선은 교훈을 남겼다. 그것은 역사란 도도히 이어지는 계승이라는 점이다. 박근혜는 김대중·노무현 무덤까지 참배했다. 그러나 문재인은 이승만·박정희 무덤을 빼놓았다. 역사 계승과 국민통합이라는 관점에서 대선 내내 문재인은 수세에 몰려야 했다. 그만큼 역사에 대한 한국인의 ‘심폭(心幅)’이 넓어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개관식 축사에서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을 위한 논의를 모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옳은 말이다. 우리 현대사는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성공의 역사이자 발전의 역사다. 대선과 역사박물관 개관을 계기로 한국 현대사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늘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