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경의 중국기업인열전 ⑦] 물류선봉장 다톈그룹(大田集團) 왕수성 회장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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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수성(王樹生?58)은 기업인이 되기 전에 평범한 경찰관이었다. 그의 인생을 바꾼 건 아내였다. 왕회장은 “과분한 아내와 결혼해 꿈만 같았다”고 말했다. 그가 가진 돈은 공직생활로 모은 6만위안(약 1,000만원)이 전부였다. 그는 보잘것없는 자신을 믿어준 아내와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그가 평소 관심이 많았던 물류 사업에 뛰어든 이유였다.

시급한 것은 사업에 필요한 자산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진 돈으로는 쉽지 않았다. 단독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 지원을 받기로 했다. 마침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됐다. 성능 좋고 값싼 항공기가 시장에 넘쳤다. 텐진(天津)시 정부 항공물류부는 러시아 항공기를 대량으로 사들였다. 왕회장은 이 가운데 보잉 747을 텐진시 정부로부터 임대 받아 다톈그룹(大田集團)을 세웠다.

이제 필요한 건 기술력이었다. 이 역시 한계가 있었다. 당시 많은 글로벌 외자사들의 중국 진출이 러시를 이뤘다. 세계적인 물류업체인 페덱스(Fedex)도 하나였다. 왕 회장은 페덱스와 합작 방안을 떠올렸다. 합작사를 세우면 경영기법은 물론 투자자금과 시장지명도까지 1석 3조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페덱스도 중국 시장이 절실했다. 양사의 합작은 그야말로 윈-윈 전략이었다. 페덱스는 다톈집단의 지분 50%를 인수했다. 합작사는 매년 30%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중외합작사의 모범사례가 됐다.

이제 특화된 경쟁력이 필요했다. 왕회장은 다시 한번 합작을 결심했다. 그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을 내다봤다. 유럽 3대 자동차 물류업체인 프랑스 제프코(Gefco)에 시선이 꽂혔다. 2003년 왕회장은 제프코(Gefco)와 제프코-다톈물류유한회사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그는 자동차를 비롯한 부품 운송 등 선진 물류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다.

이후 본사를 텐진에서 베이징으로 옮겼다. 내수 시장 확장을 위해서는 핵심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리층을 관리직으로 영입하면서 국가 물류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를 활용해 유통망을 전국으로 확장했다. 왕회장은 “가진 것이 없어도 목표만 확실하다면 불가능은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 동안 많은 외자기업들은 중국의 저임금?저비용을 활용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형태로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 기업을 합작사로 삼아 공급과 유통망을 확장해 나가는 ‘메이드 위드 차이나(made with China)’식의 동반 성장을 했다. 이제 중국은 내수 중심으로 또 다른 변화를 시작했다. 바로 ‘메이드 포 차이나(made for China)’다.

☞신보경 한화생명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에서 국제경제를 전공했으며, 현재 중국 경제 및 기업을 연구하고 있다. shinbo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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