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블랙 컨슈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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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지난 11일 기업들을 상대로 2년 동안 여러 차례 거짓 민원을 제기해 돈을 뜯어낸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가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됐다는 기사를 보셨을 겁니다. 중고 휴대전화를 산 뒤에 서비스센터에 “고장 났다”고 우겨서 환불 또는 새 제품으로 교환을 받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200차례 이상 기업과 종업원을 상대로 욕설과 협박을 하며 2억4000만원을 가로챘다고 합니다.

 이처럼 기업이나 점포를 대상으로 돈이나 제품을 얻어낼 목적으로 거짓 민원을 제기하거나 언어적·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이를 ‘블랙 컨슈머’라고 합니다. 합리적인 판단으로 기업의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정상적인 소비자 ‘화이트 컨슈머’와 대조되는 의미이지요. 막무가내로 “바꿔줘~”를 연발하는 TV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정여사’가 떠오르신다고요. 이 정도는 ‘생떼’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죠.

 블랙 컨슈머의 유형은 이처럼 ‘무조건 환불 요구’ 외에도 다양합니다. “정신적 피해를 받았다”며 보상금을 내놓으라고 하거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매장의 직원을 해고하라고 요구하고, 매장에서 무례한 언행과 폭력을 행사하거나, “OOO와 잘 아는 사이다”며 유력인사 이름을 거론해 협박하기도 하죠. 악의적인 민원을 제기해 이를 인터넷에 올린다고 협박하거나 실제로 퍼트리기도 합니다.

 특히 식품업체나 유아용품 업체들이 민감합니다. 소비자가 ‘안전’을 가장 중시하는 분야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블랙 컨슈머에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보상해주는 업체들도 여전히 많다고 합니다. 진실을 밝히는 데는 절차와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 전에 소문이 퍼지면 타격이 크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된 이유로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확산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보는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거나 트위터에 공개하면 사실 여부가 확인되기도 전에 빠르게 퍼져 나가기 때문이지요. 지난 2월 있었던 ‘채선당 임신부 폭행 사건’이 대표적인 ‘인터넷 블랙 컨슈머’ 사례입니다. 종업원에게 ‘배를 걷어차였다’는 거짓말을 많은 사람이 찾는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올리는 바람에 트위터에서는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성급한 움직임까지 일었습니다. 결국 경찰이 나선 뒤에 ‘배를 차였다’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블랙 컨슈머의 폐해는 화이트 컨슈머에게까지 돌아갑니다. 기업이 블랙 컨슈머에 대응하느라 비용을 들이게 되면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인터넷상의 ‘고발성’ 글들에 섣불리 현혹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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