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짝퉁이라고 알리고 팔아도 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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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09년 인터넷상에서 여성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던 김모(25·여)씨는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이른바 ‘짝퉁’ 가방을 납품받았다. 정품 가격이 150만~180만원을 호가하는 이탈리아 브랜드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모조품이었다. 가방 앞에는 브랜드 이름 대신 진품과 거의 동일한 가짜 로고 무늬가 붙어 있었다. 김씨는 쇼핑몰 사이트에 가방 사진과 함께 “야심차게 준비한 신상 비비안웨스트우X 디자인의 숄더백”이라는 설명을 올렸다. 소비자들에게 짝퉁임을 알리기 위해 상표명의 마지막 한 글자를 익명 처리하는 관행을 따랐다.

 가격은 1만9000원. 정품의 약 100분의 1 수준이었다. 가방은 쇼핑몰에서 6개월간 꾸준히 팔려나갔다.

 이듬해 김씨는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국내에 널리 인식된 상표’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2심은 해당 상표의 인지도가 상당하다고 봤지만, 김씨가 판 물건이 정품과 혼동을 일으켰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인정했다. “상품 설명과 가격 등에 비춰 소비자가 모조품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게 했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3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김씨의 짝퉁 판매가 ‘타인의 상품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모조품 구매자들은 그 출처를 혼동할 우려가 없다고 하더라도 가방을 본 제3자가 그 출처를 혼동할 우려가 있다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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