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작아 수갑에서 손 빼냈다는 경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경기도 일산경찰서에서 조사받던 도중 달아난 성폭행 피의자 노영대씨가 25일 경기도 안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검거됐다. 수사관들이 노씨를 일산경찰서로 압송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 조사 중 도주한 일산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 노영대(32)씨가 닷새 만인 25일 경기도 안산에서 검거됐다. 안산은 절도·성폭행 등 전과 9범인 노씨의 연고지다. 노씨는 검거 당시 왼쪽 손목에 수갑 두 쪽을 모두 차고 있었고, 도주 초반 폐쇄회로TV(CCTV)에 찍힌 것과 달리 머리를 삭발한 모습이었다.

 경찰은 이날 오후 4시25분쯤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의 한 오피스텔에 숨어 있던 노씨를 격투 끝에 검거했다. 이 오피스텔은 노씨의 교도소 복역 동기인 안모(54)씨가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평소 노씨가 집중적으로 통화한 곳을 추적해 이 집을 지목했다. 경찰이 덮친 순간 노씨는 집 안에 혼자 있었다. 일산경찰서로 압송된 노씨는 취재진 앞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곧바로 고개를 숙인 채 유치장에 수감됐다. 경찰은 또 오피스텔 복도에서 서성이던 교도소 동기 안씨를 긴급 체포 했다.

 앞서 노씨는 20일 오후 7시40분쯤 일산경찰서 1층 진술녹화실에서 조사를 받은 뒤 지하 1층 강력팀으로 이동하던 중 수갑을 찬 채 슬리퍼를 벗고 달아났다. 노씨는 이달 11일 일산의 한 아파트에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17일 구속 수감돼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노씨는 닷새 동안 일산과 안산, 인천을 오갔다. 이에 따라 경찰의 허술한 초동 대처로 조기 검거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노씨 도주 이후 3시간30분 동안 경찰서 주변만을 집중 수색했다. 노씨가 양쪽 손목 모두에 수갑을 차고 있어 멀리 달아나지는 못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주 직후 10여 m 뒤까지 노씨를 추격하다 놓친 경찰관의 보고도 애매했다. 그는 “밤이라 확실하게 본 건 아니지만 수갑을 풀었을 수도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도주 직후 1∼2분 만에 일산경찰서 앞 도로를 지나갈 때 촬영된 CCTV를 뒤늦게 확인한 결과 노씨는 이미 오른쪽 손목의 수갑을 푼 상태였다. 그 사이 노씨는 경찰서에서 2㎞ 가까이 떨어진 장항동 도로까지 달아난 사실이 택시운전사의 신고로 확인됐다. 경찰은 뒤늦게 수색 범위를 넓혔지만 노씨는 밤사이 안산으로 달아났다. 경찰은 “보통 사람보다 손이 작은 노씨가 힘을 줘 수갑에서 손을 빼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왼쪽 수갑은 끝내 풀지 못한 점으로 미뤄 처음부터 오른쪽 수갑을 허술하게 채웠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익진·한영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