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댈 곳 없는 한인 노인들 '안타까운 사연'

미주중앙

입력

한인 독거노인 조씨가 존스크릭 아파트 주차장 차고 속에서 살림살이를 정리하고 있다.

"할머니, 밖에서 주무시면 얼어죽어요"

수퍼태풍 '샌디'가 매섭게 몰아치던 지난 10월 28일 밤, 한인 조모(69) 씨가 존스크릭 아파트 주차장 구석에 낡은 시빅 승용차를 세웠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자동차 뒷좌석에 쪼그려 눕고 잠을 청했다.

조씨가 둘루스 한인타운을 떠돌며 자동차에서 노숙한지 벌써 6개월째다. 하지만 그날밤은 유독 힘들었다. 폭풍우는 더욱 세차게 내렸고, 바람은 더욱 강해져 자동차를 날려버릴 정도였다. 빗속에 오들오들 떨며 잠못들던 조씨의 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할머니, 저희 집에서 주무세요."

이웃집 아파트에 사는 젊은 미국인 부부였다. 그들은 "이불이 따듯해서 괜찮다"는 조씨의 말에도 아랑곳없이 자기집으로 데려갔다. 며칠째 주차장에서 노숙하던 조씨를 눈여겨봤다고 했다. 그들은 다음날 아파트내 차고를 한칸 얻어 조씨에게 내주었다. 지난 5월부터 노숙생활하던 조씨에게 처음으로 나만의 공간이 생긴 것이다.

조씨는 둘루스 한인사회 그늘에 숨겨진 불우이웃중 한 사람이다. 조씨도 처음부터 노숙생활을 한 것은 아니었다. 몇년전 고이 기른 딸이 미국인과 결혼했고, 조씨도 사위와 함께 온가족이 한집에서 넉넉하게 살았다. 그러나 곧 미국인 남편이 갑자기 딸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재판을 걸어 자녀들의 양육권도 빼앗았다. 조씨와 그의 딸은 위자료 한푼 없이 길바닥으로 내몰렸다.

딸은 "살길을 찾아보겠다"며 타주로 떠났고, 조씨는 이제 홀몸이 됐다. 처음엔 빈집에서 살아보다 이윽고 자동차 노숙을 시작했다. 몇개월째 푸드스탬프와 생활보조금으로 근근히 살아온 조씨는 결국 9월 애틀랜타 한인회관의 문을 두드렸고, 현재 패밀리센터에서 지속적 도움을 받고 있다.

현재 존스크릭 아파트 차고에 빈 상자를 쌓아두고 살고 있는 조씨는 "이제 궁궐이 따로 없다. 가진것 없이 혼자 살지만 행복하다"며 "차고를 내준 미국인 부부, 패밀리센터 모두가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패밀리센터 이순희 소장은 "한인타운 한복판에, 그것도 평균소득 높은 존스크릭에서 한인 노인이 자동차 노숙을 한다니, 처음엔 믿을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소장은 "불우이웃 돕기 캠페인 '사랑의 네트워크'로 조성된 기금으로 조씨를 돕고 있다"며 "최근 경기침체로 인한 가정불화로 홀로사는 노인이 늘고 있어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때는 '문학소녀'였다는 독거노인 조씨, 그는 현재 차고속에서 시 낭독과 노래 부르기로 세월을 보낸다. 가곡 '수선화'를 특히 좋아하는 그는 달 밝은 날이면 차고속 하늘을 보며 작게 노래를 불러보곤 한다.

'그대는 차디찬 의지의 날개로 끝없는 고독의 위를 날으는애달픈 마음/또한 그리고 그리다가 죽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 또다시 죽는 가여운 넋은, 가여운 넋은 아닐까'.

▶사랑의 네트워크 기부 접수처
Pay to The Order : KAFC (메모란에 ‘사랑의 네트워크’라고 기재해야 함)
▶납부처: The Korean American Family Center, Inc. P.O BOX 48734 Atlanta, GA 30340
▶문의: 404-955-3000(한인회)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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