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도 사교육 열풍 … 무상보육 무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전국에서 만 36개월 미만의 영아를 보살피는 부모의 41.9%, 유아(만 3~5세 이하)를 키우는 부모의 86.8%가 어린이집·유치원 정규 교육 비용 외에 추가로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교육비가 연간 2조7257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2%에 달했다.

 24일 국책 연구기관인 유아정책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영유아 보육·교육 비용 추정 및 대응방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사교육비가 영·유아 전체 교육·보육 비용(5조9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8%였다. 연구소가 지난 6월 전국 125개 지역의 2523가구를 면접조사해 추산한 수치다.

 한국 가정에서 주로 하는 영·유아 사교육은 ▶어린이집·유치원의 특별활동 ▶영어·놀이·체육학원 등 유사 유치원 형태의 반일제 이상 학원 ▶학습지 구독 ▶태권도·미술 등 시간제교육 학원 등이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사교육을 하는 비율도 높았다. 만 0세에서 16.9%인 참여율은 만 2세는 70.2%, 만 5세는 91.1%로 증가했다. 사교육을 받는 아동은 1인당 월평균 12만5700원을 쓰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영어·놀이학원 등 반일제 이상 교육기관에 59만원, 개인그룹지도 12만6700원, 학습지엔 6만1600원이 매월 지출되고 있었다.

 유형별 참여율은 ▶학습지 30.6% ▶영어학원 등 반일제 이상 기관 2.6% ▶학원 등 시간제 교육 14.9% ▶개인·그룹지도 3.0% 등이었다.

 사교육 비중이 이처럼 높은 이유는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 기대가 높은 반면 유치원·어린이집 등 공적 보육·교육 서비스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가구에서도 특별활동비·교구비 등의 명목으로 월 10만~20만원대를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추가비용을 내고 어린이집·유치원의 특별활동에 참여하는 비율도 높았다.

 유아정책연구소의 서문희 기획조정실장은 “정부가 영·유아 무상보육을 실시 중이지만 가정에서 특별학습비 등으로 비용을 쓰게 되면 무상보육 체감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유치원 등 이용 부담을 더욱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