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택시 문제, 정도로 풀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국회가 이젠 대중교통 질서까지 흔들려 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택시법을 무조건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약속을 했기 때문에 대중교통의 근간이 흔들려도, 문제가 있어도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나라를 혼란에 빠뜨려도 당리당략에 따른 약속이 우선’이라는 말처럼 들려 섬찟하다.

 택시법은 택시를 버스처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함으로써 업계의 적자에 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버스 전용차선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택시업계의 경영난은 심각하고, 특히 택시기사들의 근로환경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하다. 어떤 방식으로건 이를 개선해주지 않을 수 없다. 택시법을 채택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지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잘못된 처방이다.

 택시의 대중교통화는 다른 나라에서도 사례가 없다. 또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녹색성장에도 역행하는 정책이다. 녹색성장의 관건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그래서 대중교통은 대량수송 원칙을 견지하고, 승용차나 개별 운송수단을 줄여나가는 것을 지향한다. 그런데 개인 운송수단인 택시 수요를 대중교통으로 지정하는 것은 화석연료 저감이라는 시대적 요청을 거스르는 것이다.

 택시업계의 경영난과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으로 정부와 전문가들은 차량 수를 줄이고 요금을 올리는 구조조정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이는 외면한 채 택시법으로 편법을 선택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을 더욱 지연시킬 뿐이다. 이를 통해 당장은 택시업계의 경영난에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피하고 재정 지원으로 해결하는 방식은 결국 사회에 큰 부담만 안기고 새로운 문제만 증폭시킬 위험이 크다.

 이번 법안 통과는 새누리당이 주도하지만 야당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전국버스연합회는 비상총회를 열고, 대중교통법이 본회의(27~28일)를 통과하면 연말에 전국버스 운행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물론 대중교통을 마비시키는 파업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국회도 시대정신에 역행하고, 대중교통 질서도 흔드는 포퓰리즘 정책을 재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