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포 골프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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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위에서 벌어지는 세계 대전?

전국체육대회 골프 경기가 벌어지는 아산 도고컨트리클럽은 번외로 치러지는 해외교포 선수들의 각축으로 페어웨이에 불이 붙을 지경이다. 이번 체전에 참가한 13개국 해외동포팀이 모두 골프 경기에 출전, 기량을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총 72명의 선수단을 파견해 가장 규모가 큰 재일동포 선수단에서부터 선수 세명에 임원 한명을 참가시킨 파라과이동포 선수단에 이르기까지 모두 골프 선수를 파견했다.

그동안 해외동포의 자존심 대결장은 축구장이었으나 이제 골프장으로 옮겨졌다. 축구종목에서 지나치게 승부욕을 불사른 결과 부정선수 파동에다 경기장 폭력까지 난무하는 바람에 축구가 해외동포 경기에서 제외된 결과다.

골프가 주력종목으로 떠오르자 '한 골프' 한다는 동포 선수단들은 저마다 우승을 목표로 칼을 갈았다. 선수 선발 단계에서부터 경쟁이 치열했고,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일수록 이같은 현상이 심했다는 후문이다.

재일동포는 각 지역에 선발전 공고를 한 후 지역예선.최종예선을 치렀다. 재독동포 선수단은 독일 국내대회 1년 성적과 월별 매달 한인 경기 성적, 그리고 1년에 네차례 열리는 한인경기 성적 등을 종합해 선수를 뽑았다.

조발호 재독 체육회장은 "독일에서도 이름이 잘 알려진 재독동포 2세 유망주 박진우 (17).정진영 (18) 선수 등을 데려왔으므로 메달은 무난할 것" 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결연한 각오로 출전했기 때문인지 경기 진행에 실망을 표현하는 선수단도 있다. 재캐나다 대표팀의 한 임원은 "그린에 적응할 시간이 없어 선수들이 충분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청주 =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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