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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대통령 되어주길 바라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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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일러스트=강일구]
사공일
중앙일보 고문·전 재무부 장관

우여곡절이 유난히 많았던 선거과정을 거쳐 차기 대통령이 선출됐다. 이제 우리 국민 모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크게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성원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 그리고 박근혜 당선인은 범국민적 기대와 성원 그리고 시대적 사명에 부응할 수 있는 국정운영방안과 구체적 실천계획 수립을 위해 앞으로 2개월 남짓 존속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를 하루속히 출범시켜야 한다.

 인수위의 첫 번째 중요 업무는 선거기간 중 공약으로 내건 주요 과제들을 국가재정 상황에 비춰 우선순위를 정하고 순차적 집행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특히 취임 직후 첫 수개월간 추진해야 할 구체적 실천방안의 준비는 중요하다.

 이러한 구체적 국정운영방안 마련 과정에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국민대통합, 민생안정, 중산층 복원, 복지확충, 청년일자리 등 주요 공약은 침체된 경기의 활성화와 경제성장을 통한 고용증대의 기반 위에서만 실현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물론 ‘고용 없는 성장’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성장 없는 고용’은 오래갈 수 없다. 따라서 ‘고용친화적 성장’ 혹은 ‘일자리친화적 성장’이 국정의 기본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취업유발 효과가 높은 보건의료, 관광, 교육, 소프트웨어 개발 등 각종 서비스산업이 더욱 활성화되도록 해야 할 뿐 아니라 창업, 특히 젊은이들의 창업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와 함께 선거과정에서 주요 화두가 되었던 경제민주화는 공정한 경쟁과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공정사회(fair society)’의 구현이란 차원에서 그 실천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도 이러한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물론 공정사회의 구현을 위해서도 심한 양극화 해소를 위한 각종 대책과 함께 사회안전망 강화가 이룩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도 없다.

 그리고 현재 크게 저하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배양하는 일에 국정의 우선순위가 주어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어야 한다. 경제성장 잠재력을 배양하려면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가용여성인력의 최대 활용, 그리고 특히 서비스산업 전반에 걸친 규제개혁과 함께 각종 법과 제도, 관행의 선진화와 투명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의 대부분이 정치·사회적 타협을 필요로 한다는 데 그 실천의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국회와 정치권과의 긴밀한 협조, 그리고 대국민 설득을 위한 각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어야 한다.

 국정 우선순위 설정과정에서 세계 속의 대한민국의 역할과 책임, 그리고 적절한 글로벌 리더십 발휘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 세계는 ‘힘의 공유(shared power)’ 시대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새로운 세계질서 속에서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신흥국을 잇는 교량외교를 통한 리더십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더욱이 현재 많은 선진국과 대다수의 신흥국은 우리의 적극적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 리더십에는 응분의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인수위는 이러한 주요 국정과제들을 효율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정부 조직개편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정부부처 간 정책조정기능과 국가발전 중장기 기획기능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오늘날의 정부행정은 각 부처 간 연계성이 더욱 커지고 있어 정책조정기능 강화를 필요로 한다. 또한 급격한 기술변화, 세계화와 지식기반사회의 심화에 따른 정책 패러다임의 빠른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중장기 기획기능 강화도 필수적인 것이다. 이러한 정책조정과 기획업무를 관장할 부총리제 도입도 고려할 만하다고 본다.

 아울러 인수위의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현 정부의 긴밀한 협조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인수위가 승리감에 도취한 점령군의 위세로 군림하는 자세는 절대 금물이다. 인수위는 업무가 끝날 때까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운영되어야 할 뿐 아니라 언론에 자주 회자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끝으로 인수위는 소수정예의 원칙으로 구성·운영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물론 인수위에는 재정현황과 정부조직과 기능, 그리고 주요 국정현안 파악업무를 위해 행정경험이 풍부하고 특히 재정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실무형 인사가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대통령 당선인의 비전과 정책을 잘 이해할 뿐 아니라 중장기적 기획능력과 국제적 안목을 겸비한 인사를 균형 있게 배치하는 일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미국의 링컨 대통령을 “미국 전체보다 더 크고, 미국의 모든 대통령을 합친 것보다 더 크다”고까지 극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성공한 링컨 대통령도 미국의 국가적 위기라는 역사적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단지 평범한 정치인으로 남았을 것이라고 어느 링컨 전기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치·사회·경제·안보·국방 등 모든 국정 분야에 걸쳐 위기 내지 비상시(非常時)적 상황하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박근혜 차기 대통령의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는 리더십으로 부디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주길 온 국민과 함께 기원하는 마음 간절하다.

사공일 본사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