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농사꾼용 ‘텃밭 달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회사원 이용일(37·경기도 수원시)씨는 광교산 근처의 주말농장에 10여㎡짜리 텃밭을 분양받았다. 10여 년 뒤 귀농을 꿈꿔 왔던 터라 미리 농사를 익히기 위해서다. 그러나 무엇을 언제, 어떻게 재배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초보 농사꾼에게 맞는 쉽고 일목요연한 농사 지침서를 찾기는 어려웠다. 이씨는 “텃밭농사 선배들에게 물어봐도 저마다 노하우가 다르고 ‘2~3년은 헛고생해 봐야 감이 잡힐 것’이라고만 한다”며 답답해했다.

 이씨처럼 여가를 즐기거나 귀농을 준비하려고 텃밭을 일구는 ‘도시 농사꾼’을 위한 달력이 제작됐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2013년 텃밭 농사달력을 제작해 도시농업인들에게 시범적으로 보급한다고 23일 밝혔다. 텃밭 달력은 A4용지 크기로 책상에 놓고 활용할 수 있다. 텃밭 달력은 시중의 농사 지침서와 달리 쉽게 구성됐다. 텃밭에서 기를 수 있는 작물들에 대한 소개와 경작 방법이 담겨 있다. 매월마다 대표 텃밭 작물을 소개하고 재배 방법을 소개해 놓았다. 농사의 기본인 24절기에 대한 설명도 담겼다. 달력에 미처 넣지 못한 정보들은 각 장마다 인쇄된 QR코드를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열어볼 수 있다. 또 날짜별로 나만의 재배 노하우를 기록할 수 있는 코너를 만들어 농사 일지를 따로 쓰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경기농업기술원 이원석 연구사는 “초보 농사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현대판 농사직설인 셈”이라고 말했다.

 농업기술원은 이 달력을 500부 제작했다. 텃밭농사 단체와 전문가들에게 우선 보급한다. 반응이 좋으면 추가로 제작해 일반인도 구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유길용 기자

◆농사직설(農事直設)=1429년(세종 11년)에 편찬된 농서. 주요 농작물의 재배법과 토질 개량법 등 지역 풍토에 맞는 농법을 수록한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농사 지침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