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빅4시대] 2. 이덕훈 우리은행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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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올해 승부처는 수수료 장사다. 그러나 수수료 장사에도 질과 격이 있다. 소매금융에 강한 국민은행이 양적으로는 많이 팔겠지만, 기업금융에 강한 우리는 부가가치.수익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다. 자신도 있다."

우리은행 이덕훈 행장은 지난해 1월 종합금융단을 발족했다. 인수합병(M&A).통합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기업공개(IPO) 등 투자은행(IB) 기능을 두루 갖추기 위한 포석이었다. 李행장은 종합금융단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과실을 거둬들일 것으로 기대한다.

"상업.한일은행 등 대기업 금융을 많이 해본 우수한 인적 자원이 풍부하다. 30대 대기업 중 16개가 우리은행과 주거래은행 관계를 맺고 있다. 수수료 수입의 질을 높여 줄 잠재 고객층이 그만큼 두텁다는 얘기다."

지난해 우리은행은 약 3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2조2천억원이 예금.대출 이자차익 챙기기 등 통상적인 영업에서 거둔 것이었다. 수수료 등 기타 수입은 8천억원 정도에 그쳤다. 李행장은 이런 수익구조를 올해는 확 바꿔 기업금융 수수료 등을 총 이익의 절반 정도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해까지 수수료 수입을 중시하는 전략을 못세웠다. 전문가도 없었다. 수수료=공짜로 여기는 고객심리도 부담이 됐다. 올해부터는 이런 문제점들이 적어도 우리은행에는 전혀 문제가 안될 것이다."

李행장은 올해 덩치를 늘리기보다 수익을 키우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자금.조직이 풍부한 대형 은행간 승부는 결국 효율.수익성에서 갈린다는 판단에서다.

"당장이라도 예금.대출 등을 늘려 덩치를 키우는 것은 쉽다. 1년이면 웬만한 시중은행 자산만큼인 약 20조원씩 늘릴 수도 있다. 실제 우리은행은 지난해 83조원의 자산을 1백3조원으로 키웠다. 그러나 시중에 자금이 넘쳐나는 지금은 덩치 키우기보다 돈을 어떻게 굴리느냐에 신경쓸 때다."

지난해까지 덩치 불리기에 집중했던 李행장의 전략 변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수입원을 만들어내는 데는 국내외가 따로 없다.

"지난해 베트남 호치민에 현지사무소를 열었고, 올 상반기에는 베이징 지점을 연다. 모스크바에도 올해 현지사무소를 개설할 계획이다."

국내 금융시장의 파이를 놓고 다투는 것도 중요하지만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중국.러시아.동남아 등 급성장 국가의 금융시장을 남보다 앞서 텃밭으로 만들어두겠다는 것이다.

李행장은 이런 구상들을 올해 꼭 실현하겠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올해부터는 크게 바뀔 것이다. 앉아서 장사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게 될 것이다. 마케팅에 실패하는 은행엔 미래가 없다."

우리은행은 올 3월까지 전 은행업무를 전산화하고 각 지점의 서류 창고를 없애기로 했다. 모든 인력이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李행장은 "지난 일년 내내 전직원이 마케팅 훈련만 거듭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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