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후 미국으로 떠난 안철수 “내가 왜 실패했는지 따져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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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씨가 1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씨가 1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했다. 선거 개표방송을 지켜보지도 않은 채였다. 안씨는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인 내년 2월께 귀국할 예정이다.

 안씨는 이날 오후 4시10분쯤 배낭 하나를 둘러멘 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미리 공항에 도착해 있던 박선숙·송호창 전 공동선대본부장 등 캠프 출신 인사 30여 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안씨는 “투표율이 높게 나온 데 대한 소감을 말해달라”는 취재진 질문에 “대변인에게 메시지를 남겼다”고만 했다.

 안씨의 메시지는 오후 6시10분 비행기 이륙 시간에 맞춰 공개됐다. 안씨는 “국민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보내주신 열망을 온전히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었다.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서 사랑에 보답할 방법을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긴 쪽은 패자를 감싸고 진 쪽은 결과에 승복하고 새 정부에 협조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안씨는 “(미국에) 도착해 소식을 듣겠지만 당선자에게 미리 축하 드린다”고도 했다.

 안씨는 자택에서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까지 대선 출마 이후 인연 맺은 여러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출국 인사를 했다. 안씨의 전화를 받은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안씨가 ‘당분간 쉬면서 제가 왜 실패했는지를 하나씩 따져보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최다득표 패배’를 한 야권에선 “안씨가 단일후보가 됐더라면 이렇게 허무하게 지진 않았을 것”(민주당 비주류 관계자)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한때 “안씨가 지원유세 때 ‘문재인’ 이름 한번 제대로 부르질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15일 광화문 집중유세 때 예고 없이 나타나 문 후보에게 노란 목도리를 걸어줬던 만큼 ‘안철수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애매하게 됐다.

 안씨는 대선 출마 선언 때 “정치인으로 살겠다”고 약속했던 만큼 귀국 후 정치인으로서 ‘차기’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원내 진입 가능성이 거론된다. 안씨는 후보직 사퇴 직후 측근들과 만나 “내년 4월 재·보궐 선거가 있지 않느냐”고 한 적도 있다. ‘안철수 신당설’도 다시 불거질 공산이 크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안씨가 대선 패배 책임을 새 정치에 둔감했던 노무현계에게 돌린 뒤 친노 중심의 야권을 자기 중심으로 재편하려 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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