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선수촌이 텅텅 비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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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19일 대통령 선거를 위해 태릉선수촌에서 나와 대전에 있는 투표소를 찾은 신아람. [사진 신아람]

“투표하러 광주 갑니다.”

 런던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 양학선(20·한국체대)은 18일 오후 7시 고속버스 안에서 전화를 받았다. 양학선은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이 끝나자마자 터미널로 왔다. 내일(19일) 투표하고 다시 돌아온다”며 주소지인 광주광역시로 향했다.

 18일 저녁 태릉선수촌의 문이 활짝 열렸다. 태릉선수촌은 평일에 휴가를 주지 않지만 이날만큼은 예외를 적용했다. 이튿날 치러질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위해서였다.

 비슷한 시각. 경기도 김포가 고향인 리듬체조 국가대표 김윤희(21·세종대)는 이미 집에 도착해 있었다. 김윤희는 “누구를 찍을지는 벌써 결정했다”며 “투표를 할 수 있어서 좋고, 또 내일 하루 새벽훈련에 빠질 수 있어서도 좋다”며 즐거워했다. 런던올림픽에서 ‘멈춰버린 1초’로 통한의 눈물을 흘린 펜싱 신아람(26·계룡시청)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대전 집으로 향했다.

 19일 오전 10시 반. 양학선은 광주에서, 김윤희는 김포에서 투표를 마쳤다. 김윤희는 “대선에선 처음으로 투표를 했다. 사람들이 많아 놀랐다.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중히 한 표 넣었다”고 전했다. 오후 12시30분 투표를 마친 신아람은 “5년 전엔 어려서 대통령 선거에 관심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TV 토론회가 흥미진진해 꼭 투표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박종길 태릉선수촌장은 “국가대표는 늘 태극기를 품고 산다. 국가관이 누구보다 투철해야 한다. 훈련보다 더 중요한 게 투표라고 독려를 해 왔다. 오늘(19일) 아침엔 선수들이 선수촌에 남아 있는지 확인도 했다”고 전했다.

 프로야구 선수들도 대선 투표에 빠지지 않았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코리안 특급’ 박찬호(39)는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 ‘여러분 투표합시다!’라는 글과 함께 투표소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강민호(27·롯데)도 트위터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30분 줄 서서 투표했다’면서 ‘여러분도 투표하세요’라는 글을 남겼다.

손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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