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옷 입는 좌등체제|시정연설서 밝혀진 일 외교노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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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사또」(좌등) 일본내각은 28일 국회에서 올해의 정책방안을 제시했다. 좌등 수상의 시정방침현황, 「시이나」(추명)외상의 외교 현황 등에 나타난 특징은「이께다」(지전) 노선 도약을 벗어나「좌등」노선 추구를 선명히 하고 이와 관련하여 야당파의 대결자세를 뚜렷이 한데 있다고 볼 수 있다.
한·일 수교로 올해부터 한국의 기본적인 대외관계에 끼어 들게 된 일본의 동향은 우리의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대외관계에 있어 좌등수상은『일·미 안전보장조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여 중립을 선언하면 일본의 안정이 확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나도 환상적이다』 라고 사회당의 대외정책을 전면적으로 비판하고『일·미 안전보장체제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일본의 평화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정책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리고『일· 미 안보체제의 유지는「이데올로기」나 정치체제를 달리하는 나라와의 평화공존을 부정하고 이를 불가능케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그 예로 최근의 일·소접근 경향을 들었다.
추명 외상은 한걸음 더 나 아가『조약상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함으로써 미국에 대해서도 참된「파트너쉽」에 입각한 발언권을 확보하고 널리 세계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이 적극적인 역할을 다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했다.
1960년 새로운 미·일 안보조약성립을 둘러싼 파국적인 파동으로「기시」(안) 내각이 붕준, 정권을 이어받았던 타전수상이 이른바「저자세」로 안보문제를 극력 회피해 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좌등내각은 미·일 안보를 중심으로한 대외관계의 자세를 처음으로 선명히 할 것이다.
중공문제에 대해서는『일본의장기적인 국가이익에 비 추어 세계의 긴장이 완화되고 중국민족전체와의 사이에 공존의 관계가 수립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중공이 현재와 갈은 옹색한 태도를 취하고 스스로 국제사회복귀의 문호를 닫아 버 리기 십상인 정책을 계속해서 취하는 한 사태의 진전에는 아직도 허다한 고난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것은 얼핏 중공승인은 어렵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것이 중공의 태도에 달렸다는 투의 함축성 있는 표현을 빌어 중공승인에 관해서는 세계의 대세에 뒤늦지 않게 따르겠다는 일본의 입장을 보다 과감히 표현한 것으로도 풀이 할 수 있다.
월남문제에 대해서는 좌등 수상과 추명 외상은 상당한 부분을 할애하여『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것은 월남 알레르기라고도 일컬을만한 일본국내의 신경 돋운 월남사태에 대한 관심을 반영시킨, 다분히 국내교과를 노린 포석으로 보아진다.
월남문제와 더불어 올해 좌등 내각의 정책지시의 특징을 이룬 것은 불경기대책. 좌등 수상은 시정연세의 벽두에서『올해야말로 불황을 극복하고 경제를 재건해야할 해임을 굳게 결의했다』고 강조했다. <동경=강범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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