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뼈대 정통 오프로더, 33년 명성 그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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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는 허리춤 깊이의 물길도 무난하게 헤쳤다. 33년 전 외모 그대로다.

‘살아있는 화석’.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벤츠 G-클래스는 올해로 탄생 33주년을 맞았다. 더 오래 전 나온 차도 많다. 하지만 G-클래스처럼 강산이 세 번 바뀌도록 처음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차는 흔치 않다. G-클래스는 벤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강철로 짠 사다리꼴 뼈대 위에 네모난 차체를 얹고 저단 기어까지 갖춘 정통 오프로더다.

G-클래스의 인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오죽하면 1979년 문을 연 공장은 단 한 번도 가동을 멈춘 적이 없다. 생산방식도 33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 수작업을 통해 하루 평균 54대꼴로 ‘느릿느릿’ 만든다. G-클래스는 나날이 미끈하고 부드러워지기 바쁜 SUV 사이에서 남다른 카리스마로 빛난다. 탁월한 험로주파 성능 덕분에 군용차와 긴급 구난차로도 사랑받는다.

지난해 G-클래스는 큰 수술을 치렀다. 실내를 현대적으로 단장하고, 벤츠의 최신 파워트레인을 품었다. 하지만 외모엔 거의 손대지 않았다. 고객이 원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벤츠코리아가 새 단장을 마친 G-클래스를 국내에 출시했다. V6 3.5L 디젤 엔진의 G 350 블루텍과 V8 5.5 L 바이(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의 G 63 AMG 두 모델로 나뉜다.

이 가운데 G 350 블루텍을 강원도 대관령 목장 주변의 험로에서 시승했다. G 350 블루텍은 기계 특유의 감성으로 가득했다. 멋보단 성능에 ‘올인’한 차다웠다. 상쾌한 파열음을 내며 여닫히는 도어와 탄탄한 시트, 얇고 판판한 기둥과 문짝, 곧추선 유리 너머에 펼쳐진 네모반듯한 풍경, 털털한 승차감 모두 아련한 추억을 자극했다. 그러나 ‘과거형’ 감흥은 여기까지였다.

엔진과 변속기는 섬세하고 민첩했다. 내비게이션은 선명했다. 험로 성능은 ‘꽃단장’에 바쁜 SUV가 명함도 못 내밀 수준. 허리춤 깊이의 물길, 참호 같은 구덩이를 심드렁하게 헤쳤다. 행여 잠시 멈칫한들 당황할 필요 없었다. 스위치만 누르면 알아서 앞뒤 및 좌우 바퀴의 회전을 제한하며 거뜬히 빠져 나왔다. 33년간 쌓아온 명성엔 과장이 없었다. 가격은 1억48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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