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주택시장, 내년엔 ‘부채 디플레이션’ 덮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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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상저하고(上低下高). 많은 전문가들이 내다보는 내년 주택시장의 모습이다.

상반기에 집 값이 바닥을 찍고, 경기 회복에 따라 주택시장도 하반기엔 서서히 살아날 거란 기대가 담겼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전망이 16일 나왔다.

"내년 수도권 주택시장은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상대적으로 괜찮았던 비수도권마저 침체국면에 빠질 것"이라는 현대경제연구원의 암울한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가뜩이나 침체된 수도권 주택시장이 '부채 디플레이션'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집값 하락으로 빚 부담이 커진 주택소유자가 주택을 내다팔면서 집 값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보다 7.8%, 올 들어서만 3.4% 떨어졌다. 그만큼 아파트 담보 대출자의 빚 부담이 커졌다. 수도권 가계대출 금액은 정체상태다. 올 들어 고작 6000억원 늘었다. 가계의 디레버리징(부채상환)이 아직 시작되진 않았지만 앞으로 그럴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는 분석이다.

서민 주거부담 커질 것

선전해온 지방 주택시장에 대한 전망도 부정적이다. 그동안 아파트 값이 크게 올랐던 부산·경남·대전은 올 하반기 들어 하락세가 뚜렷했다. 다른 비수도권 지역도 대형(95.9㎡ 이상) 아파트 값 상승세가 크게 둔화됐다.

특히 지방에서 미분양 주택이 최근 다시 늘고 있다. 내년엔 지방 중대형 주택을 중심으로 가격 하락세가 본격화될 거란 전망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위원은 "전세 값이 일정 수준이상 오르면 매매가격을 끌어올린다는 것도 옛말"이라며 "내년에도 매매가 약세, 전세가 강세가 이어져 서민 주거부담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주택시장의 침체가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려면 거래활성화 정책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우울한 분석을 내는 곳이 아직까진 소수라는 점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여전히 '상저하고' 내지 '상반기 바닥론'이 우세하다.

16일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올해 말로 종료될 취득세 감면을 1년 연장하겠다고 공약한 것도 이런 기대심리를 자극했다. 이미 박근혜 후보가 취득세 감면 연장을 약속한 만큼,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취득세가 내년에도 1%로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들은 취득세 1%포인트 차이에 예민하다.

지난달 주택거래량이 7만2050건으로 올 들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취득세 감면 덕분이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문 후보 공약으로 내년부터 '취득세 쇼크'로 부동산 시장이 폭락할 수 있다는 걱정은 덜게 됐다"며 "취득세 환원으로 인한 '거래 공백'이 최소화되면서 수도권 집값이 크게 빠지지 않고 상반기에 바닥을 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주택 가격의 급락을 막기 위해 수요진작에 나설 것"이란 예상도 덧붙였다. 홍석민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장 역시 "유럽 등 세계경제만 살아난다면 내년 하반기엔 집값 상승 기회가 있다"고 내다본다.

그는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 '이제 집값이 바닥'이란 인식이 크다"며 "베이비부머의 자녀인 에코세대(1979~85년 생)의 대기 수요까지 감안하면 집값은 경기흐름에 따라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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