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목욕도 할 수 있어요” 스물셋 캄보디아 새댁은 장애 남편 손 잡고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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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의회 다문화가정연구회 소속 의원들이 11일 싱촘린씨의 희망의 집 짓기 현장을 찾아 기념촬영했다. 왼쪽부터 이월선·민성숙 의원, 싱촘린씨, 남편 박영덕씨, 윤채옥·홍윤표 의원. 이들의 새 집은 춘천 각계의 성금을 모아 지어진다. [사진 춘천시의회]

12일 오후 산골마을인 춘천시 북산면 부귀리 395번지. 오후 3시인데도 해는 산을 넘어 더 추웠다. 이런 추위에도 희망의 집을 짓는 사람들의 손놀림은 분주했다. 이 집은 캄보디아 출신 결혼이민자 싱촘린(23)씨 가족이 살게 될 집. 싱촘린씨는 새참으로 컵라면을 끓이고, 커피를 대접하는 것으로 집을 짓는 자원봉사자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2010년 6월 결혼해 이곳에 정착한 싱촘린씨는 “추위도 피할 수 있고 목욕도 할 수 있는 집이 생겨 너무 좋다”며 “이렇게 큰 선물을 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싱촘린씨의 희망의 집은 춘천시의회 의원의 열정으로 건립이 추진됐다. 윤채옥 회장을 비롯해 춘천시의회 다문화가정연구회 소속 의원들이 싱촘린씨 집을 방문한 것은 11월 9일. 2010년 말 연구회를 구성해 다문화지원센터와 다문화가정을 방문하는 등 활발한 연구활동을 폈던 이들은 이날 싱촘린씨의 집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소를 키우던 축사를 개조한 20㎡ 정도 크기의 단칸방에서 남편 박영덕(42)씨와 한 살 된 딸 등 세 식구가 지내고 있었다. 손님이 온다고 아궁이에 불을 지폈지만 방 안에 연기가 가득 차 싱촘린씨는 매서운 추위에도 10개월 된 딸을 업고 밖에 있어야 했다. 이를 본 윤 의원과 이월선 의원은 눈물을 글썽였다. 시어머니(65)가 기거하는 본채도 다 쓰러져가는 단칸방이었다.

 의원들은 다음 날 바로 한국해비타트(사랑의집짓기운동연합회) 춘천지회를 찾았고 지회 관계자와 함께 다시 싱촘린씨 집을 방문했다. 이들은 개·보수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에 따라 본채를 헐고 그 자리에 집을 짓기로 했다.

 해비타트는 자체 기금과 나눔교회 지원 등으로 600만원을 내놨다. 춘천시의원들도 모금 등으로 245만원을 마련했고 후원자를 모집했다. 수자원공사 소양댐관리단, 새춘천신용협동조합, 한국타이어 춘천판매, 농협 춘천시지부, 로타리클럽, 강원방송 등이 이들의 뜻에 동참했다. 집을 지을 땅에 대한 사용허락은 마을 지도자 신수현씨가 4명의 땅 주인을 직접 찾아가 받아냈다. 측량은 대한지적공사 춘천출장소가, 설계는 우성건축사무소가 맡았다.

 집짓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돼 지난달 30일 강원레미콘 지원으로 기초공사가 시작됐다. 조립식으로 짓고 있는 집은 45㎡ 크기로 방 2개와 거실, 욕실이 들어선다. 집짓기 공정은 13일 지붕공사를 마치고 다음 주 보일러 등을 설치하게 된다. 해비타트 춘천지회 김승구 사무국장은 “잦은 눈으로 자재 반입이 지연돼 공사가 늦어졌지만 연말에는 이들이 입주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춘천시의회 다문화가정연구회는 집 외에도 각계의 후원을 받아 침대와 이불 등 생활용품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싱촘린씨 남편이 장애가 있는 데다 기초생활수급자여서 이들의 생활도 챙길 방침이다. 연구회 간사 강청룡 의원은 “의원 임기를 마칠 때까지 쌀과 부식 등 다각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물론 이들 부부가 자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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