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서가] '멋진 비즈니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멋진 비즈니스/스티브 힐튼.자일스 기번스 지음, 안진환 올김, 아카넷, 1만2천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인가. 밀튼 프리드먼 등 자유주의자들은 '이윤을 증대시키는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 등에 신경쓰는 것은 사회 전체의 후생 극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반자본주의자.반세계화주의자들은 기업, 특히 세계적 다국적기업들이 이윤 추구를 위해 좋은 세상을 타락시키고 파괴한다고 주장한다. 기업이 기부 등을 통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도 사실은 이익을 얻기 위한 위장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사회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전문 컨설턴트인 저자들은 양쪽 주장이 모두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기업이 환경.인권 등의 문제에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게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기업 스스로에게도 이익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이란 차원을 넘어 '사회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를 '좋은 사회'로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기업이 갖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리더십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기업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무엇을 신뢰하는 지를 보자. 정치인이나 정부는 세계 어디서나 이미 불신의 대상이다. 기업 및 기업가에 대한 신뢰도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러나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매우 크다. 맥도널드에서 파는 햄버거는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믿을 만한 '제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마음놓고 찾는다. 나이키.코카콜라 등에 대한 신뢰도 마찬가지다.

이런 브랜드가 갖는 힘.신뢰.네트워크 등을 바탕으로 기업은 정부나 공공단체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코카콜라가 아프리카에 갖고 있는 막강한 네트워크를 이용해 에이즈 방지 운동을 벌인 것이나, 나이키가 브랜드 파워를 통해 영국에서 '학교 폭력'을 줄이는 스포츠 프로그램을 성공시킨 것 등이 좋은 예다.

저자들은 기업과 브랜드가 ▶세계 평화의 실현▶젊은 층의 정치적 무관심 퇴치▶정신 건강의 증진▶빈곤지역 문제의 해결이라는 거창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멋진 꿈을 꾼다. 또 기업이 이런 일을 함으로써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각종 증거를 제시한다.

이익을 많이 내는 세계적 대기업들만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저자들은 작은 회사도 훌륭하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이익을 낸 사례가 많다고 말한다.

"기업은 주주와 종업원, 고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경영이나 제대로 하면 그만이지 "라는 반론도 있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바로 당신의 경쟁업체들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고 있거나 머지않아 수행할 것"이라고 협박(?)한다. 기업의 사회적 위상 및 의미가 바뀐 만큼 이에 걸맞은 역할을 찾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진다는 의미다.

'향후 10년 안에 쇼핑이 새로운 형태의 투표행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제 기업의 역할을 좀 더 넓게 생각해야 한다는 당위론으로 다가온다.

'재벌개혁'이란 화두가 다시 대두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어느쪽 입장에 서 있든 이 책을 읽고 나면 기업에 대한 생각이 상당히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