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느리지만 두텁게 힘을 비축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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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제3보(30~43)=이세돌 9단은 포석이 약점이지요. 이세돌 같은 초일류 기사가 포석이 약하다는 게 이해가 안 가지만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말하니까 아마도 맞을 것 같습니다. 이세돌이 구리 9단처럼 포석을 잘하면 천하 무적이란 평가도 있습니다. 중반 이후는 최강이란 뜻이지요.

 지금 백은 초반의 중대한 기로에 섰는데요, 최철한 9단은 결국 30의 절단을 선택했습니다. 31은 대단히 크고 맛 좋은 자리여서 많은 기사들이 이곳을 잇고 싶어 했지요. 박영훈 9단도 “한 수(34) 더 둬야 하니까…”라며 31에 대한 미련을 보였지요. 그럼에도 최철한은 30을 선택했습니다. ‘참고도’ 백1로 이으면 흑도 2로 연결하는데 이때 백△ 석 점이 의외로 엷은 모습이어서 싫었던 거지요. 다시 이세돌 9단과의 비교인데요, 이세돌과 최철한은 다 같이 ‘전투바둑’이지만 스타일은 영 다릅니다. 이세돌은 ‘공격당하기’가 많고 최철한은 ‘공격하기’가 많지요. 최철한은 이세돌 식의 구사일생이나 절묘한 반전보다는 일직선으로 공격하여 붕괴시키는 힘의 바둑을 즐깁니다. 30, 34는 말하자면 ‘힘을 비축한 수’라고 하겠습니다.

 선수를 잡은 미위팅 3단은 35로 달리며 기분이 괜찮았을 것입니다. 31, 33에 이어 또다시 맛 좋은 실리를 차지했으니까요(같은 실리라도 맛이 다릅니다). 36을 기다려 37로 구축하여 흑의 자세가 당당합니다. 백에겐 ‘다음 한 수’가 무척 어려워 보입니다. 우변 흑진을 손댄다면 A와 B가 눈에 들어오고 그냥 큰 곳을 둔다면 C가 보입니다. 최9단의 선택은 38이었는데 거의 대부분의 기사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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