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반긴 전설과 매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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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가운데)이 10일(한국시간) LA의 다저스타디움 클럽에서 열린 입단식 뒤 매직 존슨 다저스 공동 구단주(오른쪽)·토미 라소다 고문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A중앙일보=김상진 기자]

류현진(25)의 입단식을 겸한 공식 기자회견은 10일 오후 2시13분(LA 시간) 다저스타디움의 스타디움 클럽에서 열렸다. 공동구단주 매직 존슨과 네드 콜레티 단장이 먼저 입장했고, 다저 블루를 상징하는 파란색 양복 차림의 류현진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대리인 스콧 보라스와 함께 등장했다. 농구 스타 출신 매직 존슨은 굳은 표정의 류현진에게 웃으며 먼저 악수를 청했고, 콜레티 단장은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박찬호가 19년 전 데뷔했던 바로 그 장소에서 다저스가 류현진과 계약했다”고 연설을 했다. 이어 류현진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매직 존슨이 99번 유니폼을 입혀 준 뒤 일문일답이 시작됐다.

 -박찬호의 족적을 따르는 데 대한 소감은.

 “이렇게 좋은 팀에 올 수 있도록 도와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박찬호 선배 못지않게 열심히 하겠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서 다저스 경기를 정말 많이 봤다. 나도 열심히 따라갈 생각이다.”

 -6개월간 162게임을 소화하는 험난한 메이저리그 일정과 의사소통 등 어려움이 있을 텐데.

 “올겨울 한국에서 했을 때보다 더 열심히 체력훈련을 할 생각이고 영어는 조금씩 열심히 배워 가겠다. 몇 년 후 인터뷰도 영어로 하도록 노력하겠다.”(이때 옆자리의 매직 존슨이 “스트라이크만 던지면 의사소통도 필요 없다”고 조크를 해 좌중의 폭소를 유도했다.)

 - 빅리그 타자들을 상대해야 하는데 자신 있나.

 “한국에서도 데뷔 첫해 포수 미트만 보고 던져 나름대로 성적을 냈다. 여기서도 그렇게 정확히 던지면 통할 듯싶다.”

 -마지막 순간까지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는데.

 “끝까지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린 끝에 성공적인 계약을 맺었다. 너무 기뻐 집에서 소리를 질렀다. 계약 전후는 땅과 하늘 차이인 것 같다. 솔직히 무척 떨렸다. 부모님은 ‘수고했다’고 격려하셨다.”

 -MLB 활동기간의 목표는.

 “매년 두 자리 승수와 2점대 방어율을 노리겠다. 최종 목표는 메이저리그 124승(박찬호의 MLB 동양인 최다승 기록)을 돌파하는 것이다. 박찬호 선배에게는 대단히 미안하지만(웃음). 그런 뒤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빅리그서 가장 자신 있는 점은 무엇인가.

 “직접 겪어 봐야 알겠지만 장단점 연구를 철저히 하고 내가 자신 있는 직구와 체인지업으로 승부할 것이다.”

 -계약 내용에 만족하는지.

 “굉장히 좋은 조건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인했다. 개인적으로 크게 만족한다 .”

 -향후 계획은.

 “내일 한국에 가서 비자 를 해결하고 내년 2월 13일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합류한다.”

  30분간의 인터뷰를 마친 류현진은 긴장이 풀린 듯 “아이, 더워”라고 말한 뒤 땀을 닦으며 퇴장했다.

LA중앙일보=봉화식 기자

◆스콧 보라스(류현진 에이전트)의 말

계약은 예상대로 오래 걸렸다. 류현진과 LA 다저스 양측에 다 유리한 좋은 거래(good business)였다. 구단주가 바뀐 다저스의 씀씀이가 커지며 우수한 선수들에게 거액을 아낌없이 투자한 덕분이다. LA 팬들은 다시 한 번 다저스가 다저스답게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다저스가 승리를 위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플레이오프 진출과 월드 시리즈 우승을 이루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나 자신도 한인의 자랑인 박찬호와 류현진을 모두 고객으로 두는 행운을 경험했다. 두 사람의 차이점은 체격을 들 수 있다. 류현진은 박찬호보다 키와 몸집이 더 크다. 메이저리그 투수 가운데서도 거구인 셈이다. 견디는 힘이 다르고 경험이 쌓일수록 빠른 공과 체인지업이 위력을 발휘하는 진정한 프로가 될 공산이 크다. 기술과 체격 두 가지 장점을 토대로 빅리그에서 오랫동안 잘 던질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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