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턴 도둑들, CCTV에 안 걸린 수법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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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전남 여수시 월하동에 있는 우체국 금고와 붙어 있는 식당 벽면이 용접기로 뚫려 있다. 여수경찰서는 이날 오전 2시부터 2시50분 사이에 2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도둑이 식당 벽을 뚫고 우체국 금고 안에 있던 현금 5200여만원을 털어 달아났다고 밝혔다. [사진 여수경찰서]

개인이 운영하는 별정우체국에 도둑이 들어 금고 용접기로 절단한 뒤 5000여만원을 털어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9일 오전 5시37분쯤 전남 여수시 월하동 모 식당 주인 김모(50·여)씨가 “누군가 식당에 들어와 벽을 뚫어 놓았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식당과 맞닿아 있는 우체국의 금고 뒷면은 가로 27㎝, 세로 38㎝ 크기로 뚫렸으며 안에 있던 5213만원(5만원권 625장 등)도 사라졌다.

직원 4명이 근무하는 우체국은 2층짜리 건물의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2층은 인근 여수산단에 물품을 실어 나르는 화물회사들이 입주해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금고 뒤 벽은 스티로폼과 철판이 혼합된 두께 7~8㎝의 조립식 패널로 돼 있다. 범인들은 식당 창문 고리가 있는 벽면을 드릴로 뚫었다.

이어 구멍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고리를 젖혀 창문을 연 뒤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에서 함께 파는 과자, 생필품 진열대 쪽으로 옮겨 벽을 뚫기 시작했다.

 이들은 스티로폼에 불이 붙지 않도록 물까지 부어가며 용접기로 벽면을 해체했다. 이어 금고 뒤편 철판에 구멍을 낸 뒤 손을 집어넣어 현금을 훔쳐 달아났다. 우체국의 철제 금고 뒷면이 이 식당 벽면과 맞닿은 지점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헐어냈다.

 식당과 우체국이 함께 있는 건물의 복도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 화면에는 스프레이액이 뿌려져 있었다. 그러나 우체국 CCTV에는 이날 오전 2시12분쯤 불꽃이 튀는 장면이 찍히기도 했다. 경찰은 범인들이 용접기 등으로 금고 뒷면을 절단하다가 튄 불꽃으로 보고 있다.

우체국은 사설 경비업체의 경비를 받았지만 범인들이 우체국이 아닌 식당으로 침입한 탓에 열감지 센서 등은 작동하지 않았다.

 여수경찰서 김상문 형사과장은 “범행에 절단기, 용접기, 드릴 등 다양한 공구가 사용된 점으로 미뤄 식당 등의 구조 등을 잘 아는 2~3명이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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