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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아래로 사람을 밀어버린 자보다 그걸 사진 찍은 자보다 더 나쁜 자는 그걸 실은 신문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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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일러스트=강일구]

이발소 여종업원에게 청산가리 탄 음료수를 먹인 다음, 죽어가는 그녀 모습을 20여 장의 사진을 찍어 큰 물의를 일으켰던 끔찍한 사건이 1983년에 있었다. 죽어가는 모습을 예술 작품이라 우기던 이동식. 결국 살인죄로 3년 뒤 사형당했다. 그는 사이코패스였다.

 끔찍한 그 사건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 건 뉴욕 지하철 한인 사망사건의 ‘뉴욕포스트’ 1면 사진이다. 안간힘을 쓰며 플랫폼에 매달린 채로, 불을 깜빡이며 눈앞으로 달려오는 열차를 바라보는 사진. 타이틀은 ‘This man is about to die’. ‘이 사람이 곧 죽는다’.

 사고를 당한 사람의 절박한 심정이 가슴으로 전해진다. 그 마음을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주고자 ‘그 사진에… 그 타이틀로…’ 인쇄해 내보냈다면 그 편집자는 정신병자다.

 죽어가는 모습을 예술이라 한 자나, 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 옆에 ‘죽을 사람’이라고 적은 자나 다 똑같다.

 사진이란 무엇인가. 흑인을 폭행하는 백인경찰의 사진 한 장이 미국 전 지역에 폭동을 일으켰고, 불쌍한 난민 사진 한 장이 전쟁을 종전시키기도 했다. 퓰리처상이란 게 있다. 언론과 문필 분야에 공로와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인데, 여러 번의 사진 전시회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사진도 많다.

 두 살 난 아이를 구한 소방관이 필사적으로 인공호흡을 하며 아이를 살리려 애쓰는 장면. 또 1968년 베트남 사이공 시가지에서 베트남 국립경찰 대장이 잡혀온 베트콩을 즉결 심판하는 장면. 두 손을 뒤로 묶인 채 일그러진 표정을 한 베트콩과, 팔을 뻗어 총을 겨누고 있는 대장의 냉정한 모습이 ‘생명을 빼앗는 자와 빼앗기는 자’의 상반된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했던 사진이다. 이 사진 한 장이 전쟁에 무감각해진 미국인들에게 충격을 전해 베트남 전쟁에 종지부를 찍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또 한 아이가 빈민구호소로 가던 도중 지쳐 쓰러져 있고, 그 뒤에 독수리 한 마리가 아이를 먹잇감으로 생각하고 쓰러질 때를 기다리는 사진이 유명하다. 유니세프에 후원자를 급증하게 만든 사진이다. 작가는 사진을 찍자마자 아이를 옮겼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는 곧 사망했고 ‘사진 찍을 시간에 아이를 살려내야’ 했다는 많은 지탄을 받았다. 수상 후 3개월 뒤 사진작가 케빈카터는 죄책감에 시달려 자살했다.

 이번 뉴욕포스트 표지의 사진작가. 그 역시 ‘사진 찍을 시간에 사람을 살려내야’ 했다. 그도 지금 자살하고 싶을 만큼 괴로워하고 있을까. 말다툼 끝에 지하철 아래로 사람을 밀어버린 자보다, 사람 구할 생각 안 하고 사진 찍은 자보다 더 나쁜 자는 뉴욕포스트 신문 표지를 편집한 자다.

 29년 전 사형당한 이동식보다 질이 더 나쁜 그는, 인간도 아니다.

 사람 생명보다 귀중한 건 아무것도 없다.

글=엄을순 객원 칼럼니스트
사진=강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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