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지속에 숨어있는 쇼스타코비치의 자유혼

중앙일보

입력

음악, 특히 가사 붙은 노래를 동반하지 않는 작품에서 작곡가의 의도를 밝혀내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특히 폭압적인 검열 하에서 작품 활동을 한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에 담긴 진실을, 사회주의 혁명을 찬양하는 부제로 예단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다.

이 대목이 음악이 문학이나 미술작품과 다른 점이다. 쇼스타코비치쯤 되면 얼마든지 음악의 표제와 전혀 상관 없이 작품의 '진실' 을 담을 수 있다.

러시아 음악학자.평론가 솔로몬 볼코프가 1979년 영어로 출간해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른 이 책은 소련 당국이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음악적 승리로 내세웠던 스타인 쇼스타코비치가 죽은 지 4년 만에 공개됐다는 점에서 화제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 덕분에 쇼스타코비치는 소련의 '계관 음악가' 가 아닌 '내면적 반체제 인사' 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출간 당시 이 책이 "볼코프가 쓴 1인칭 소설" 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쇼스타코비치의 입을 빌려 소련과 공산주의를 공격하기 위한 의도가 다분히 담겨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음악연구의 권위자인 리처드 타루스킨(버클리대 교수) 은 작곡가의 의도와 작품의 의미를 동일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청중이 어떻게 이해하고 들었는가 하는 문제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 것은 억압적인 상황 속에서 최대한의 음악적 상상력의 불씨를 살려내기 위한 처절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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