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사재 20억원 들여 박물관 짓는 화백

중앙일보

입력

"세살 어린이부터 여든살 노인들까지 누구든 자유롭게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명소를 만들고 싶습니다. "

전북 김제시 교동에 '한.중.일 민속박물관' 을 짓고 있는 오무 김진영(金鎭榮. 70)화백.

연건평 3백여평 규모인 박물관에는 그가 20여년 동안 중국.일본을 드나들며 수집한 3천여점의 각종 희귀한 민속공예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몇십원짜리 장난감, 억대의 당삼채 도자기, 4천여년 된 중국의 갑골문자, 일본 에도(江戶)시대 거문고 등….

1970~80년대 목공예와 문인화로 명성을 떨친 金화백은 50대 초반 해외 전시회에 참석하면서 취미삼아 외국 공예품을 모았다. 하지만 1백여점이 되자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싶은 욕심이 일었고, 이는 박물관 건립으로 이어졌다.

金화백은 중국.일본 등을 1백여 차례 방문하면서 진품.명품이 있다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중국의 경우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등 유명 도시는 물론 고원.산악지대의 소수민족 마을에까지 수십여 차례 들어갔고 일본에서는 수백개의 마을을 뒤졌다.

일부는 기증받았지만 대부분은 사재를 털어 샀다. 지금까지 쏟아부은 돈만 20억원도 더 들었다.

수집 과정에 얽힌 일화도 많다. 중국 은나라 때의 갑골문자는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은밀한 접촉을 통해 힘들게 구입했다.

또 높이가 2m도 넘는 화병은 중국 당산에서 1백만원에 샀으나 국내로 들여오는 운반비(보험료 포함)로 1천만원이나 썼다.

일본의 한 마을에서는 "박물관을 짓고 싶으니 민속품을 기증해 달라" 고 부탁하자 온 마을 주민이 대패.도자기 등을 들고 나와 선뜻 기증하기도 했다.

오는 10월 개관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金화백은 "박물관이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동아시아 삼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시키는 산 교과서가 됐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또 "젊은 시절 스승께서 '일 욕심이 너무 많으니 마음을 비우고 살라' 며 지어준 오무(吾無)라는 호의 참뜻을 실천하는 의미에서 박물관이 완공되면 지자체에 기증할 생각" 이라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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