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 초저금리에 증시 큰손들 입질

중앙일보

입력

증시에 큰 손들이 돌아올 조짐이다.

미국 테러사태 이후 워낙 낙폭이 큰데다, 저금리로 인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못한 뭉칫돈들이 증시에 돌아와 입질을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보복전쟁과 경제지표 악화라는 변수가 그대로 남아 있어 여전히 분위기는 조심스럽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아직도 몸을 사리는 투자자들이 많은 편" 이라고 말했다.

◇ 증권사 객장=D증권 명동지점에는 최근 나가는 돈은 거의 없고 들어오는 돈이 늘고 있다. 金모 부지점장은 "기존 고객들은 손절매도 어려워 돈을 빼지 않고 아예 장기투자할 채비" 라며 "여윳돈을 가진 일부 큰손들을 중심으로 다른 금융상품을 팔아 자신의 주식계좌로 옮기는 모습이 눈에 자주 띈다" 고 전했다.

이 지점에는 지난 12일 오랜간만에 나타난 30년 경력의 투자베테랑인 60대 노인이 6억원을 입금했다.

관망하던 이 노인은 17일 급락장세 때 "사흘 투매에는 맞서야한다는 게 나의 경험" 이라며 5종목을 하한가 부근에서 대량 매수해, 불과 일주일 만에 23%의 평가익을 내고 있다.

이 지점에서 3억원 정도를 투자하다 50%가량 손실을 입은 40대 고객도 최근 1억원을 신규 투자했다.

金부지점장은 "주가 바닥을 묻는 전화도 크게 늘었다" 며 "내가 관리하는 2~3명의 고객도 7억원 정도의 추가투자 계획을 알려왔다" 고 말했다.

H증권 반포지점에는 하루 1억~3억원이 테러 사건 이후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朴모 지점장은 "증시가 여전히 불안해 주식 초보자들은 얼씬도 하지 않는다" 며 "큰 장을 염두에 둔 기존 고객들이 추가 자금을 들고 와 공격적 매수에 나서고 있다" 고 전했다.

그는 "이들은 투자 베테랑들이라 직원에게 유망 종목도 묻지 않고 온라인 거래를 통해 곧바로 매수에 나선다" 고 말했다.

◇ 늘어나는 간접투자=큰 손의 입질은 투신사의 간접상품에도 나타난다. 투신사의 수탁고는 테러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달들어 지난 20일까지 6조2천2백20억원이 늘어났다.

지난 14일 대투증권 S지점은 뜻밖에도 근처의 고급 유료양로원 운영자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모시고 있는 50여명의 노인들이 저금리를 견디지 못해 투자 대안을 찾고 있으니 도와달라" 고 말했다.

S지점은 곧바로 방문 투자설명회를 연 뒤 20여명의 노인을 봉고차로 모셔와 주식형 펀드에 모두 10억원의 신규 자금을 유치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여전히 신중한 편이다. 지난 20일 D증권 강남지점에는 "은행권에 맡겨둔 20억원을 빼내 굴리고 싶다" 며 투자 상담을 요청하는 고객이 찾아왔다.

그는 3시간 동안 지점장.투자상담직원과 마라톤 면담 끝에 주식에는 손을 대지 않고 원금보전형 펀드와 단기채권형 펀드에 10억원씩 나눠 가입했다.

◇ 대량 주식거래 급증=테러사태 이후 1억원 이상의 대규모 주식거래가 급증했다.

24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21일의 1억원 이상 매수호가는 금액기준으로 하루평균 9천1백65억원으로 테러사태 이전인 3~11일(6천4백44억원)보다 42.2%가 늘어났다.

매도호가도 6천2백67억원으로 테러 이전(4천3백57억원)에 비해 43.8%가 증가했다.

이와함께 테러 사태 이후 1억원이상 매수호가 중 체결된 금액은 4천7백40억원으로 테러 이전(2천7백45억원)보다 72.7%가 증가했고 매도호가 체결금액은 54.7% 늘어났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테러사태 이후 급락한 주식을 큰 손들이 대량 매수하고 있다" 며 "이에 따라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테러사태 이전의 1조5천억원에서 지난주에는 2조2백억원으로 34.6%가 늘어났다" 고 밝혔다.

이철호.나현철.하재식 기자 news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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